주식시장의 조정 폭이 커지면서 주식형 펀드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변동성과 하락장에 베팅하는 레버리지ㆍ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만 활기를 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과 9월의 국내주식(ETF 제외) 펀드 유입금액은 각각 7236억원, 7251억원에 불과했다. 10월(23일기준) 국내주식 펀드의 유입금액도 6028억원에 그쳤다.
최근 월간 기준으로 국내주식(ETF제외) 펀드의 유입금액이 1조원 이하였던 시기는 지난 2016년 12월과 2017년 1월로, 탄핵국면을 앞두고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극대화하면서 투자심리와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던 때였다. 그만큼 현재 주식형 펀드 시장의 위축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설 때에는 펀드시장에서 저가매수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으나, 미국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이슈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더이상 저가매수·고가매도 투자 전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중순에만 해도 주간 순유입 규모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자금 유입 규모가 크게 증가했으나, 올해 투자심리가 약화되면서 순유입 규모가 급감한 것. 다만 10월 들어 국내 주식 시장의 변동폭이 커지면서 KOSPI 200과 KOSPI 150 관련 레버리지 ETF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났다. ETF 전체 자산 중 레버리지ㆍ인버스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18.4%(9월말 기준)에 불과하지만 일평균 거래대금은 57.4%에 달한다. 한국형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 확대도 레버리지ㆍ인버스 ETF 거래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0월 중순까지는 레버리지 ETF 상품이 상위권에 들었지만 하락이 본격화된 이후부터 인버스 ETF가 상위권에 들기 시작한 것도 특징이다. 이달 12~18일 자금유입 상위 ETF에는 ‘삼성 KODEX 레버리지’와 ‘삼성 KODEX 코스닥 레버리지’가 1,2위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으나, 18~25일 주간에는 자금유입 상위 10개 ETF에서 이들의 이름이 빠진 대신 ‘삼성 KODEX 코스닥150 인버스’가 한 자리를 꿰찼다.
‘찬바람 불면’ 늘어나기 시작했던 배당주 펀드마저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이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예년보다 빠른 5월부터 일찌감치 배당주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나,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9월과 10월에 오히려 배당주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일어났다.
김 연구원은 “10여년전만 해도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펀드 환매가 늘고, 펀드 환매가 다시 주식 시장의 하락을 부르는 ‘펀드런’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투자 경험이 늘어나면서, 손실을 확정짓는 ‘펀드런’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우리나라 펀드 투자시장이 청년기를 향해가는 시점에서 환매만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이기는 투자 문화도 생겨나야 한다”면서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과 글로벌 무역전쟁 등이 단기간에 해결될 이슈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저점매수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3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분할 매수 전략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윤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