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는 미국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지난 26일에도 36.15포인트(1.75%) 떨어지면서 2027.15로 장을 마감했다. 이로 인해 나흘 연속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장중 한때는 2008.72까지 밀리면서 2000선마저 위태로웠다.  [제공=한국거래소]
코스피 지수는 미국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지난 26일에도 36.15포인트(1.75%) 떨어지면서 2027.15로 장을 마감했다. 이로 인해 나흘 연속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장중 한때는 2008.72까지 밀리면서 2000선마저 위태로웠다. [제공=한국거래소]

10월 코스피 13%넘게 하락…주요국 중 최대 기업실적·환율·무역전쟁…투심 누를 악재만 ‘증시 버팀목’ 기관, 5년째 국내주식 비중줄여 외인 순매수 누적액 26조…추가 매도 가능성 개인수급도 악화…“물량받아낼 세력이 없다” 전 세계 증시가 급격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 증시의 부진이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 미ㆍ중 무역전쟁에 이어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 한ㆍ미 금리격차 확대 등의 대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연일 계속되는 ‘매도 폭탄’에 몸살을 앓는 중이다. 특히 연초 3000선 돌파 여부로 주목을 받았던 코스피 지수는 이달 폭락장을 거치며 2000선마저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실제로 10월 주요 국가의 주가 성적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증시의 하락세가 가장 눈에 띈다. 이달 초까지 2300선을 간신히 유지하던 코스피 지수는 13.5% 하락(26일 종가 기준)했고, 코스닥 지수도 19.4% 떨어졌다. 특히 미국 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던 26일에도 코스피 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하며 나흘 연속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장중 한때는 2008.72까지 밀리면서 2000선마저 위태위태했다.

무역전쟁의 당사국인 중국의 경우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가 7.9%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밖에 홍콩 항셍지수가 11.1%, 일본 니케이225지수가 12.2% 떨어진 것에 비춰볼 때 국내 증시의 낙폭이 유달리 컸던 것을 알 수 있다. 대만 가권지수만 13.8% 떨어져 코스피보다 약간 낙폭이 컸을 뿐이다.

코스피 지수는 미국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지난 26일에도 36.15포인트(1.75%) 떨어지면서 2027.15로 장을 마감했다. 이로 인해 나흘 연속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장중 한때는 2008.72까지 밀리면서 2000선마저 위태로웠다.  [제공=한국거래소]
코스피 지수는 미국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지난 26일에도 36.15포인트(1.75%) 떨어지면서 2027.15로 장을 마감했다. 이로 인해 나흘 연속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장중 한때는 2008.72까지 밀리면서 2000선마저 위태로웠다. [제공=한국거래소]

증권가는 상반기부터 국내 주식시장을 뒤덮었던 무역전쟁 이슈에 이어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이탈리아발 신용 리스크 등이 차례로 고개를 들면서 글로벌 증시에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도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상장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된 데다 한ㆍ미 금리 역전과 원ㆍ달러 환율 상승 탓에 증시가 유달리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악재가 부각된 것은 아니지만 위축된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데 미국 내에서도 관세 부과에 따른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는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국내 증시에 암운이 드리운 상황에서 추가 하락을 막을 버팀목이 없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통상 증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팔자’를 지속하고 있고, 올해 들어 외국인의 ‘코리아 엑소더스’(대탈출)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앞서 발표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내년 말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비중을 전체 자금의 18%대로 축소하기로 했다. 올해 7월 말 기준 국내주식 비중은 19.1%다. 국내주식 비중을 낮추기로 한 만큼 앞으로 국민연금의 강한 매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인 역시 한ㆍ미 금리격차 확대와 원화 약세에 이달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3조8000억원을 순매도하며 타격을 가했다. 문제는 앞으로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스콤에 따르면 기관은 2011년부터 꾸준히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면서 2013년 말 기준 누적 순매수액이 20조원을 넘겼다. 그러나 2014년부터 매도에 속도를 올리면서 이달까지 누적 순매수액은 7조6300억원까지 급감했다.

반면 외국인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30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그동안 기관과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올해 들어 매도로 돌아서면서 국내주식 비중을 조금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26조2300억원의 순매수액이 누적된 상태다. 추가 매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수급이 문제다. 외국인에게 집중된 물량 때문에 외국인의 매도세는 시장을 크게 흔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나마 순매수가 누적된 기관마저 매도세로 일관하면서 최근 하락세가 더 심화된 것”이라고 했다.

증권업계는 신용융자 잔고와 고객예탁금 역시 최근 하락 전환한 점을 고려할 때 개인의 수급개선 여지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결국 외국인과 기관의 태세 전환 여부가 관건이다.

하인환 연구원은 “지수의 하락세가 진정되기 위해선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방향이 바뀌어서 어느 한쪽의 매도 물량을 다른 한쪽이 받아주는 상황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일 기자/jo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