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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피트 다이. 근대 코스 설계의 거장인 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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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왼쪽 피트 다이를 중심으로 P.B. 장남인 페리 다이, 부인인 앨리스 다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난이도 높은 골프장을 수없이 디자인한 현대 골프장 설계의 거장 피트 다이(93세)가 치매에 걸려 세상으로부터 조용히 잊혀지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최근 <골프다이제스트>인터넷 판에서 설계가이자 코스 평론가인 론 휘튼이 다이와의 오랜 인연을 회고하고 그의 업적을 정리한 글을 실었다.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리는 TPC쏘그래스의 설계가이자 메이저 PGA챔피언십이 열렸고 2020년 라이더컵의 장소인 휘슬링스트레이츠, 역시 1991년 ‘해변의 혈투’로 이름 붙여진 라이더컵이 열렸고 PGA챔피언십이 열렸던 키아와 오션 코스 등 다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145곳을 설계했고, 리모델링은 24곳을 도맡았다. 창의력이 넘치는 코스를 수없이 설계한 설계가인 다이를 알면 오늘날 미국 코스의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를 이해하는 8가지 키워드를 정리해봤다. - 뛰어난 골퍼: 1925년 12월 29일 오하이오주 어바나 스프링필드에서 태어난 피트 다이의 본명은 폴 다이 주니어다. 어렸을 때 부친 폴 프랜시스 다이와 구분해 P.D.로 불렸고 나중엔 ‘피트’가 됐다. 보험 세일즈맨이자 아마추어 골프코스 설계가였던 부친은 1922년에 어바나컨트리클럽이라는 나인홀 코스를 지었다. 피트는 어린 나이에 골프를 배워서 아바나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43년에는 오하이오고교 골프챔피언십에서 개인전 우승을 하기도 했다. - 보험 영업사원: 다이는 부친이 운영하던 노스웨스턴 뮤추얼에서 보험 영업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능력도 좋고 타고난 세일즈맨이어서 1954년에 전국생명보험협회의 백만달러 원탁모임에 들어갔을 정도였다. 1959년에는 보험일이 지루해졌다면서 그만두고 골프 코스를 디자인하는 일로 방향을 틀었다. 대학에서 코스 설계나 토공을 전문으로 하지 않은 그가 코스 설계를 하는 데 대해 변호사였던 장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후로 ‘코스 디자이너’라고 명함에 새겨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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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옆으로 가혹하고 난이도 높은 홀로 구성된 TPC쏘그래스 마지막 홀 들.

- 설계가 집안: 다이는 군인 특례로 올랜도의 롤린스 칼리지에 입학했다. 거기서 의예과에 다니던 앨리스 홀리데이 오닐에 한 눈에 반해 결혼했다. 앨리스는 인디애나아마추어 대회에서 9승을 거둔 실력자였다. 다이의 설계작의 가장 큰 조력자는 앨리스였다. 첫아들 페리 오닐 다이는 1952년 9월에 태어났다. P.B.라는 이니셜로 활동하는 둘째 아들 폴 버크 다이는 3년 뒤에 태어났고 두 아들 모두 골프 설계가가 되었다. 페리 다이는 한국에서 충남 천안 우정힐스 와 제주도의 캐슬렉스를 설계했다. 그는 부친의 설계 특징을 본따 코스 중에 아일랜드 그린을 하나씩 만들어둔다. P.B.는 1992년에 할아버지가 지은 어바나CC를 18홀로 확장했다. 가족 5명이 모두 설계가로 막내딸인 신시아 다이 맥거리는 한국에서는 경기 여주의 페럼클럽, 충북 청원의 이븐데일을 설계했다. 가족 5명이 모두 미국 코스설계가협회(ASGCA) 회원이다. - 뮤어필드빌리지: 설계가로 활동하던 1966년 마스터스에서 피트 다이는 고교 후배이기도 한 잭 니클라우스를 만났고, 그의 주변에 콜럼버스 북서쪽에 회원제 코스를 짓고 싶어하는 오하이오 친구들이 있었다. 다이는 부지를 살펴본 후 18홀을 설계했으나, 그의 레이아웃 대신 1974년에 같은 부지에 다른 코스인 뮤어필드빌리지골프클럽이 개장했다. 니클라우스와 함께 한 설계 프로젝트는 4건이다. 그중 힐튼헤드 아일랜드의 랜드마크인 하버타운골프링크스가 대표작으로 1969년 추수감사절 주말에 PGA투어 헤리티지클래식을 개최했다. - 아일랜드 그린: 피트 다이는 그의 특징인 ‘아일랜드 그린’이나 철도 침목을 벙커 턱이나 코스 안에 활용해 넣어 시각적으로 구분을 지었다. 또한 벙커를 가혹하게 그린 옆에 두어 정확하지 않은 샷을 가렸다. 그린 주변에 언덕이나 웅덩이를 만들어 그린 미스에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했다. 다이는 ‘생각하는 골프’를 표방했는데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리는 소우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와 휘슬링스트레이츠 등 난이도 높은 코스를 보면 왜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지 이해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의 모든 코스에서 다음 샷을 하기 위해서는 해저드의 도전에 응해야만 하도록 꾸며놓은 선과 각도의 설계에서 최고로 여겨진다.

- TPC쏘그래스: 오랜 친구인 PGA투어 커미셔너 딘 비먼의 주문에 따라 투어선수들의 미세한 기량을 가리는 TPC쏘그래스 스타디움 코스를 설계해 1982년에 개장했다. 첫해 우승한 제리 페이트는 마지막 퍼트를 성공한 후 비먼과 피트를 18번 홀 그린 옆의 호수에 빠트린 다음 자신도 뛰어들었다. 리 트레비노는 ‘악어가 세 명을 모두 잡아먹었으면 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을 정도로 가혹한 코스다. 그중에 17번 홀은 160야드 내외의 짧은 거리지만 좁고 평평해서 확실한 아이언샷을 가려내는 아일랜드 그린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를 첫째 아들이 다이디자인에서 특징처럼 활용하고 있다.- 휘슬링스트레이츠: 2004년과 2010년에 이어 지난 2015년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을 개최한 위스콘신주 콜러 휘슬링스트레이츠의 스트레이츠 코스는 1012개의 벙커가 코스 곳곳에 박혀 있다. 그 골프장 맞은 편에 1998년 박세리가 우승한 US여자오픈이 열린 블랙울프런 코스를 설계했다. 리버코스의 파4 홀에 삼중으로 페어웨이가 흐르는 등 색다른 시도를 많이 했다. 2014년에 PGA챔피언십을 개최한 키아와 아일랜드의 오션 코스는 미국의 가장 어려운 코스로 여겨진다. 이 코스가 개장된 후에 그의 별명으로 가혹하다는 단어인 ‘새디스트’가 연상되는 ‘잔디 후작(Marquis de Sod)’이 추가됐다. 캘리포니아주 라퀸타의 PGA웨스트는 15번 홀 그린 옆으로 무려 6미터에 이르는 턱 높은 벙커로 극단적으로 어려운 핸디캡인 코스다. - 유명한 제자들: 피트 다이는 로버트 트렌트 존스와 함께 근대 코스 설계의 거장으로 여겨진다. 그에게서부터 오늘날 활발하게 활동하는 수많은 설계가가 나왔다. 친근하게 후배를 챙겨서 많은 설계가들이 배출됐다. 빌 쿠어와 톰 도크는 자신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한 대표적인 제자다. 그밖에 팀 리디, 중국에서 많은 코스를 설계한 리 슈미트, 보비 위드 등이 있다. 그밖에 다이는 1995년 미국골프코스설계가협회(ASGCA)로부터 도널드로스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03년 미국골프코스관리자협회(GCSAA)로부터 올드 톰 모리스상을 받았고, 2004년 PGA투어로부터 인생공헌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최고의 영예인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다이는 이제 치매의 함정에 빠져 조용히 사라지겠지만 그의 작품은 앞으로도 영원히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