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ㆍ르노, 합리적 노사관계 정립으로 위기극복 - 한국 車업계, 공멸이나 공생이냐 갈림길에…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한국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데는 후진적인 노사관계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중 간 무역갈등에 따른 글로벌 교역 부진이 현재진행형이고, 미국발 수입차 관세 폭탄 우려도 자동차업계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 성장 전망도 썩 밝지 않다.
여기에 노사가 뭉쳐도 난관을 헤쳐나가기 힘든 상황임에도 노사간 대립 양상은 여전해 ‘시계 제로’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위기에 직면했던 해외 자동차업체 가운데 발전적 노사 관계가 정립되지 않은 업체들은 노사 모두 패자가 됐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델파이, 프랑스 르노와 푸조ㆍ시트로앵(PSA) 등 4곳의 노사관계 사례를 조사한 결과,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조조정 성패를 갈랐다고 지적했다.
‘고임금, 저생산성’ 구조를 갖고 있었던 이들 4개사는 경영환경이 나빠지자 혹독한 구조조정이 필요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생산성 향상에 힘을 모은 GM, 르노는 조기 정상화해 고용이 다시 늘었지만 발전적 노사관계가 정립되지 않은 델파이, PSA는 국내 생산분이 줄어 노사 모두 패자가 됐다는 평가다.
델파이는 인건비가 높고 고정비 부담이 커 모기업 GM이 부품 해외조달을 본격화하면서 2003년부터 정체되고 생산비 부담이 가중됐다. 이에 사측은 구조조정 방안을 냈으나 노조 반대로 협상이 결렬됐다.
결국 2005년 10월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파산보호 졸업 후 미국내 근로자는 4만7400명에서 500명으로, 공장은 37개서 5개만 남는 노사 모두 패배한 결과를 초래했다.
PSA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PSA의 2012년 유럽 매출은 2007년 정점에 비해 22.6% 줄었고 영업손실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사측이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거절했고 경영진과 파업노조 간 법적 분쟁까지 겹치면서 오네이 공장은 계획보다 1년 빨리 폐쇄됐다.
반면, 노사가 합심해 위기를 극복한 기업들이 있다. 바로 GM과 르노다. 위기의 시기에 노조가 앞장 서 구조조정안을 양보하면서 정상화를 이뤘다.
GM은 구조조정 이후 2010년 흑자로 전환했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최고 실적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2011년까지 미국에 46억달러를 투자하고 해고 직원 가운데 1만1000명을 재고용했다.
르노도 노조는 고용 7500명 순축소, 3년간 임금 동결, 근로시간 연장, 근무지 변경 유연성 향상 등을 양보했다. 사측은 닛산, 다임러, 피아트 등 제3자 생산물량을 끌어와 르노의 프랑스 생산량을 2013년 53만대에서 2016년 71만대로 늘리고, 국내 공장을 전부 유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완성차업계의 경우 노사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에너지가 분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한국 자동차 수출액(234억2800만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8%(1∼7월 기준) 감소했다. 이에 따라 5위(5.6%ㆍ2013년)였던 세계 자동차 수출시장 순위도 8위(4.6%)로 내려앉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최악의 위기 상황임에도 사측은 노조와의 관계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라며 “하루 빨리 합리적인 노사 관계를 정립해야만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