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악의 상황 불구 ‘노사리스크’ 몸살 - R&D 투자비중 日 도요타의 5분의 2 수준 - 매출액 대비 고임금이 미래 경쟁력에 ‘毒’ -“합리적 노사 정립…투쟁보다 생존모색을”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한국 제조업의 근간인 자동차산업이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자동차 부품업계가 3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한데 이어 급기야 완성차업계 마저 한국 자동차산업을 살리기 위해 종합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정책건의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최악의 대내외적 여건 속에 내년도 상황 역시 녹록치 않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몰릴 경우 조선업계 불황과는 차원이 다른 여파를 한국 경제에 미칠 수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대내외적 여건이 최악으로 가고 있어 예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훨씬 심각하다는 얘기다.

특히 39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고임금-저생산성’의 굴레와 ’노조 리스크‘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노조 리스크’는 올해 들어서도 여전하다.

현대차는 1987년 노조설립 이후 4차례를 제외하고는 32년간 매년 파업의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GM도 올해 내내 노조에 끌려가는 모양새다. 지난 4월 인천 부평 본사의 카허 카젬 사장실을 노조원들이 들이 닥쳤다. 법정관리 위기에 놓인 회사가 성과급을 제때 주지 않는다는 이유다. 또 이달 들어서는 한국GM 노조가 사측의 연구개발 법인을 준리 추진하고 있는 것에 반대해 ‘파업’ 카드를 꺼내는 등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용했던 르노도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다. 르노삼성은 이달 초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4년만에 파업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7분기째 적자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와 정부의 입김에 해고자를 당초계획보다 빨리 복직시켜야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또다른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고임금-저생산성’을 꼽는다.

한국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사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6년 9213만원으로 주요 경쟁업체 수준을 추월했다.

일본 도요타의 (852만엔ㆍ약 8665만원)나 독일 폭스바센(6만2654유로ㆍ약 8123만원)보다 많다. 독일 일본을 추월한 최고 임금수준의 인건비로 인해 경쟁력을 잃고 있다,

최고임금을 받는다고 생산성이 좋은 것은 아니다. 경쟁국 대비 생산성은 낮은 편이다. 한국의 자동차 1대 생산시 투입되는 시간은 26.8시간으로 일본의 24.1시간, GM의 23.4시간 보다 각각 11.2%, 14.5% 많아 노동생산성이 현격히 떨어진다.

이러한 고임금-저생산의 구조가 미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경쟁업체보다 훨씬 높아 경영부담으로 작용하고, 이에 따라 R&D 등의 투자여력이 부족해 미래 경쟁력 기반이 취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져있는 셈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30년 간 자동차산업을 지켜봤는데 이렇게까지 큰 위기는 없었다”며 “국내 자동차산업이 한창 좋았을 때는 일본 업체들이 리콜 등 이슈로 힘들어질 때부터 반사혜택을 누렸던 측면이 있는데 그때 경쟁력을 차별화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완성차업체는 노사 전문가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ㆍ기아차의 2016년 R&D 투자액은 4조원으로 독일 폴크스바겐(VW)의 4분의 1, 일본 도요타의 5분의 2 수준이다.

매출액 대비 지난해 R&D 비중도 현대ㆍ기아차는 2.8% 수준으로 일본 도요타 3.5%, 독일 VW 5.7%, 미국 GM 5.0%보다 크게 낮다.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우도 R&D 투자여력이 훨씬 작아 글로벌 경쟁업체에 비해 연구개발능력이 미약한 상태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현대모비스가 1.8%로, 독일 보쉬 9.5%, 일본 덴소 8.8%보다 현저히 낮다.

전문가들은 임금수준과 임금체계의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위기 상황에 놓였있음에도 한치의 양보없는 투쟁으로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라며 “노사가 상생의 해법에 머리를 맞대도 부족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