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의자 이름ㆍ나이ㆍ얼굴 등 공개 -“무죄추정 원칙 어긋나” 반대 목소리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서울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김성수(29) 씨의 신상을 전격 공개되면서 범죄자 신상공개를 두고 논란이 재가열되고 있다.

22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김 씨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김 씨의 사진을 언론사에 배포하기 보단 김 씨가 언론에 노출될 때 얼굴을 가리지 않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공개할 방침이다.

김 씨는 지난 14일 강서구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피해자 A(21)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그가 경찰 조사에서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심신미약으로 처벌을 낮춰선 안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건 지난 8월 ‘과천 토막살인범’인 변모(34) 씨 이후 두 달 만이다.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하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범죄 예방 등 공공이익을 위해 필요하면 수사기관이 피의자 이름과 얼굴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난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범죄자 신상공개에 대한 여론이 커지면서 바뀐 조치다. 지난 2010년 4월 특례법이 개정된 이후 초등학교에서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49)의 얼굴과 사진이 처음 공개됐고, 이후 유영철, 조두순, 강호순, 조성호, 심천우 등이 특례법에 적용돼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찬반 논란은 여전하다. 일부 시민들은 흉악범 등 일부 범죄자의 신상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범죄자가 신상공개를 통해 사회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직장인 김모(33) 씨는 “무고한 사람을 그렇게 잔인하게 숨지게 한 범죄자는 신상을 전면 공개해 사회에서 아예 매장시켜야 잠재적인 강력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상공개가 피의자 인권 보호와 무죄추정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법원의 최종 판결 이전까지는 피의자에 대해 무죄추정원칙을 적용해야 하는데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범죄를 저지른 누구나 재판을 통해 범죄사실에 대한 최종 판결과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법적 의사결정권이 없는 수사기관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어기는 꼴”이라며 “범죄자의 신상공개는 단순히 여론을 보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제주도에서 살인ㆍ방화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된 20대의 실명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지만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경찰은 지난해 신상공개를 결정하는 지방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 위원의 외부전문가 수를 최소 3명에서 4명으로 늘리는 등 개선책을 마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