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을 사먹더라도 어떻게 생산된 커피콩인지 따져본다. 배터리케이지(공장식 철제 우리)가 아닌 방목형 축사에서 자란 닭고기를 사먹는다. 기왕이면 동물실험을 배제한 ‘착한 화장품’을 사서 쓴다. ‘개념있는 소비’,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스스로 의미 있다고 판단하는 소비생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소비 주축으로 부상한 영향이 크다. 특히 최근 기록적 폭염의 원인이 되고 있는 이상기온 현상과 ‘죽어가는 지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상품 소비 움직임이 어느때보다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관련기사 2ㆍ16면 개념소비족(族) 급증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가홀푸드의 동물복지 제품(지정 목장에서 키운 한우, 무항생제 돈육 등) 매출 증가율은 2016년 26.2%에서 2017년 55.9%로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영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저탄소 인증 농산물) 매출도 2016년(123억원), 2017년(128억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 매출 목표치는 151억원 수준이다.

롯데마트에서도 동물복지 닭고기 매출은 매년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1~7월) 일반 닭고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9% 성장한 반면 동물복지 닭고기는 무려 116.6% 신장했다. 롯데마트는 닭이 죽을 때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시스템을 갖춘 업체 ‘참프레’의 제품을 납품받고 있다.

올해 초부터 동물복지 유정란을 구입해먹고 있다는 주부 이지선(37) 씨는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불안감이 커진 것도 있고,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자란 닭이 낳은 계란을 사먹는 것이 건강은 물론 윤리적으로도 가치있다는 생각이 들어 2000원 정도 더 비싼 금액을 감수하고 있다”고 했다.

환경보전, 동물복지 등의 가치를 따져보고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올리브영에 입점한 영국의 남성 화장품 브랜드 ‘불독’은 원료 소싱에서부터 공정무역을 강조한다. 연구 단계에서 동물실험을 배제한 것은 물론 파라벤과 계면활성제 등 유해성분을 제외해 친환경을 추구하고 있다. 또 일반 플라스틱이 아닌 사탕수수를 이용해 만든 용기를 사용해 환경 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같은 ‘착한 제품’ 입소문에 힘입어 불독은 연 평균 20% 넘는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5%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고 윤리적 소비에 대한 공감도 확산하는 추세”라며 “식음료 뿐 아니라 화장품, 제약, 애견 먹거리까지 다양한 업계에서 친환경, 동물복지 상품 등을 강화해가는 행보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