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종다리’ 너마저도…북태평양고기압에 눌려 한반도 외면

-기상청 “당분간 숨막히는 폭염 지속…열대야 기승”

[헤럴드경제=이슈섹션] 계속되는 폭염 탓에 인명피해는 물론 농작물 등 피해가 속출하면서 오히려 태풍을 기다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일주일 새 태풍 3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중 하나쯤은 우리나라에 시원한 비를 뿌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간절했지만 이런 기대는 ‘희망고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기상청와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이날 새벽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발생해 오전 9시 현재 괌 북서쪽 약 1180㎞ 부근 해상을 지나고 있다. 종다리는 28일 오전 일본 도쿄 먼바다까지 올라온 뒤 도쿄에 상륙, 일본을 가로질러 동해에서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발생 초기라 경로가 달라질 수 있지만.

최근 태평양 해상에서는 제10호 태풍 ‘암필’과 제11호 태풍 ‘우쿵’에 이어 종다리가 연이어 발생했다.

태풍이 자주 만들어지면, 철벽같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세가 흔들리지 않을까 기대해 보지만, 기상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비유하자면 한여름 북태평양고기압이 헤비급 선수라면 태풍은 라이트급으로 체급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강남영 국가태풍센터 사무관은 “현재 올라오는 태풍들(우쿵·종다리)은 커다란 고기압들 사이에서 태어나 이동하는 것도 그 틈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태풍 때문에 고기압에 균열이 생기거나 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도 “고기압의 힘이 많이 약해졌을 때라면 모를까 요즘 같은 상황에서 태풍이 북태평양고기압을 뚫고 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태풍이 북태평양고기압과 직접 힘겨루기는 않더라도 날씨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태풍 암필(24일 소멸)의 경우 중국에 상륙했지만 한반도에 습기와 구름을 불어넣었다. 종다리 역시 우리나라 동부지역에 비를 뿌리거나 구름대를 형성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우리나라가 태풍 이동경로의 왼쪽에 놓일 가능성이 커 종다리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당분간 폭염이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겠다고 예보했다. 주말 서울은 아침부터 30도에 육박하는 후텁지근한 날씨를 보이겠고, 낮 최고기온은 34도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