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의 방식이 인터넷 시대에 달라지고, 맞벌이가 일반화되면서 가사와 육아는 부부의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시간과 일에 쫒기는 삶 대신 소박하고 여유로운 삶을 택하고 공존 공생을 생각하는 윤리적인 소비, 친환경적인 소비가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우리 삶의 중심에 놓이게 된 건 사실 그리 오래지 않다.

급격한 생활환경의 변화에 사회 시스템과 장치, 의식과 사고가 따라가지 못하는 간극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사회적 갈등은 물론 개인에겐 혼란스럽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일·육아가 고민이라고?‘인생학교’에 물어봐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인생학교’를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현대인들의 이런 고민을 인생상담사처럼 친절하게 들어주고 조언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인생의 나침반은 역사다. 여러 시대에 걸쳐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을 들여다보면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남자의 육아와 가사노동은 역사적으로 볼 때 유별난 일이 아니다. 산업화 이전, 가사 노동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았다. 저자는 하우스와이프(hoesewife)와 허스번드(husband)의 어원을 따져가며, 어떻게 일과 가사가 분리됐는지 들려준다. 특히 육아에 헌신적인 아카족 남자들의 얘기는 아빠의 육아가 자연스런 과정임을 보여준다.

직업 선택의 고민 역시 현대에 와 생긴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노였으며, 이후엔 노동자로 편입됐다. 저자는 제너럴리스크와 스페셜리스트 등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덕목과 자아실현을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 들려준다.

이윤미 기자/me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