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형아 출산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실증 자료가 나왔다. 놀랍다못해 충격적이다.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팀은 2008년부터 6년간의 출생아 320만8617명에 대한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토대로 69개 주요 선천성 결함의 유병률 변화를 분석했다. 그결과 인구 1만명당 기형아 출산율은 2008년 336.4명에서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 2014년엔 563.6명에 달했다. 6년동안 무려 67%가 증가한 것이다.
선천성 기형을 종류별로 보면 심장 심방에 구멍이 생기는 ‘심방중격결손’이 1만명당 82.2명에서 2배 훨씬 넘는188.9명으로 늘었다. 또 선천성 엉덩이관절 탈구(41.8→103.7명), 신장에 물혹이 있는 낭성신장(0.43→2.0명), 고환이 음낭으로 완전히 내려오지 못한 잠복고환(45.6→74.3명) 등도 같은 기간 유병률이 크게 높아졌다.
임 교수는 “기형아 출산 증가세의 원인으로 환경호르몬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활주변의 환경호르몬이 나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선천성 결함에 대한 전국적 감시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옳은 얘기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다이옥신 배출 소각로가 있는 지역에서 선천성 기형질환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선천성 결함은 신생아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부모들에게 이보다 큰 아픔은 없다.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안그래도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미래가 불투명한 우리다. 최근 남성의 정자 수가 줄어들고 불임 판정을 받은 여성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7쌍의 부부 중 한 쌍은 자연임신이 어려운 난임이다.
이 모든 것이 환경 호르몬과 무관치 않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그뿐이 아니다. 환경호르몬은 체내에 축적돼 결국 암 같은 질병을 불러온다.
환경 호르몬 관리에 더욱 철저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간의 과정으로 보면 걱정이 앞선다.
인체와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호르몬이 전국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검출되고 있다는 환경부의 실태조사가 발표된게 지난 2000년이다. 그 후 20여년 가까이 지났지만 책가방, 샤프, 지우개 등 학용품과 어린이 장신구 등에서 환경호르몬과 중금속이 다량 검출되고 국민 대표음식인 자장면용 감자전분에 환경호르몬이 잔뜩 들어간 값싼 공업용 소포제(거품제거제)를 쓰던 업자가 체포되는게 현실이다.
그 결과가 기형아 출산 증가처럼 오늘날 나타나는 환경호르몬의 역습이다. 정부 차원의 좀 더 철저한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