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실소유주 의혹 재판 핵심 쟁점…미리 판단하지 않아 -사저와 부천공장 처분하면 범죄수익 전액 추징가능 판단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법원은 18일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일부 재산을 동결하면서 차명 보유 의혹이 있는 다스(DAS) 주식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제 소유했는지가 향후 재판에서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만큼 미리 판단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는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달라”는 검찰의 추징보전 청구를 일부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본인 명의인 서울 논현동 자택과 조카 명의인 부천 공장을 뇌물 혐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처분할 수 없다. 하지만 생활비 등을 관리하는 예금계좌와 다스 주식은 제외됐다. 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에서 다스 소유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추징보전 대상은 피고인이 보유한 재산에 한정된다. 하지만 다스 주식이 이 전 대통령 명의로 돼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동결 대상에서 빠진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조카 명의로 돼있는 경기 부천의 공장도 이 전 대통령 뇌물 혐의에 대한 추징보전 대상으로 삼았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 “처분을 금지할 수 있는 재산이란 누구 명의로 하든지 실질적으로 피고인에게 귀속하는 재산”이라고 판시했다.

다스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를 두고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기 때문에 재판부가 이 부분 판단을 유보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스 실소유주 문제는 이 전 대통령의 형량을 좌우할 핵심 혐의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다스가 이 전 대통령 회사라는 점이 입증돼야 비로소 회삿돈을 빼돌린 횡령과 미국 소송비를 대납받은 뇌물, 조세포탈 혐의가 성립하는 구조다. 하지만 재판부가 첫 재판도 열리기 전 다스 지분을 동결해버린다면 소송관계자들에게 핵심 쟁점을 미리 결론내렸다는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재판부가 다스를 추징보전 대상으로 삼으려면 먼저 이 전 대통령의 실질 재산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 경우 재판의 핵심 쟁점을 미리 판단한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부동산만 동결하더라도 훗날 범죄수익 추징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논현동 자택은 지난해 공시지가 기준 57억 3000만 원이다. 실거래가는 이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부천공장 부지도 공시지가만 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인용된 부동산의 가액이 추징보전 금액을 넘겼으므로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는 추징보전할 필요성이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일부 재산에 대해서만 추징보전 명령을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최순실(62) 씨의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도 지난해 박영수 특검팀의 추징보전 청구를 일부만 받아들였다. 특검팀은 최 씨 소유 빌딩과 예금을 모두 동결해달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서울 신사동 미승빌딩만 동결했다. 이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면 보전된 재산 가운데 뇌물 액수로 인정된 금액만큼 국고로 환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