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남북 정상이 처음 만난 건 18년 전인 2000년 6월이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 순안 공항에서 손을 맞잡았다.남북은 1945년 분단 이후 처음으로 교류의 물꼬를 튼 순간이었다.
▶남북, 적대적 관계에서 공존관계로 승격시킨 6ㆍ15 합의=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은 분단 이후 기존의 적대적 관계를 극복하고 남북간 평화공존의 새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은 남북 정상간 협의를 통해 한반도 평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했다. 김 당시 대통령의 평양방문 이후 역대 정상들은 ‘필요한 조건이 갖춰지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당시 두 정상은 회담 끝에 ‘6ㆍ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남북 장관급 회담, 남북 경제협력 등을 골자로 한 선언문이었다. 경제협력 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것이 2004년 6월 조성된 개성공단이다.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은 통일을 향한 서로의 의지도 확인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정례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평화체제 이행방법을 둘러싼 남북 간 이견 속에서 6ㆍ15 공동선언은 한계를 드러냈다. 남북경제적ㆍ문화적 교류는 계속됐지만, 북한의 국지도발과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으로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한반도 비핵화ㆍ평화체제 협의 기반 마련한 10ㆍ4 합의=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테마가 ‘화해’였다면 2007년 남북 정상회담테마는 ‘협력’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북핵실험에도 6자회담 9ㆍ19공동성명 채택과 2ㆍ13합의 등을 통해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분위기를 조성했다. 노무현 정부는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던 임기 중에도 남북 정상회담 의사를 지속 타진했고, 경제난 해소를 위해 남북경협이 필요했던 북한은 2차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는 최초로 걸어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었고, 회담을 통해 ‘10ㆍ4 남북 정상선언’을 발표했다. 10ㆍ4 남북정상선언은 ▷평화 협력 ▷경제 협력 ▷사회문화 협력 ▷인도주의 협력 ▷상호 존중과 신뢰 등의 내용을 담았다. 10ㆍ4 선언은 남북이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바탕으로 문화ㆍ경제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공통인식을 공식확인했다.
하지만 10ㆍ4 선언이 제도화되지 않은 데다 북미 간 불신으로 인해 북핵협상이 결렬되면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 북한은 6자 회담 경제적 지원 속도지연에 항의해 2ㆍ13 합의에 따른 당초 신고 시한인 2007년 연말까지 핵시설을 신고한다는 약속을 준수하지 않았다. 아울러 북핵 불능화 작업인원도 감축한다고 통보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북핵문제 타결없인 개성공단 확대는 어려우며, 북의 핵공격 시 핵시설을 타격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 서해에서 단거리 함대함 미사일을 3차례 발사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금강산에서 우리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이 발사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북관계는 냉각기에 들어섰다.
▶‘2018년 정상회담’…공동선언 너머 ‘제도화’ 가능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중심으로 남북 관계 정상화를 실현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번영을 지향하고자 하고 있다. 아울러 국회 비준 등 합의문 제도화를 통해 남북합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한반도 평화기조를 지속시키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만남이 만남을 위한 만남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새 정상회담은 앞서 두 차례 회담과 질적으로 조건이 다르다. 무엇보다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라는 역대 가장 이례적인 대통령이 들어선 상황이다. 지난해 한반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및 ‘코피(Bloody Nose) 전략’과 북한의 ‘괌 포위사격’ 및 ‘불바다’ 위협으로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한반도 인근 해역에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3개 전단이 전개돼 훈련을 진행하는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통상 핵항모 3개 전단은 무력충돌이 임박했을 때 동시전개된다.
4ㆍ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항구적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제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는 ‘정상 간 합의는 고르디우스 매듭 끊듯 포괄적 합의를 추진하고, 단계적 실무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합의문은 6ㆍ15와 10ㆍ4 공동선언의 정신을 잇는다.
다만 실무단계에서 성과가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동안의 합의가 실무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4ㆍ27 회담은 한반도 평화를 향한 포문을 여는 또다른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첫단추를 잘 끼워야 향후 협의도 잘 이뤄진다. 오는남북 정상회담에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ㆍ북미 실무협의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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