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관련 입장 들어보니 “대한·태극 삭제할 수 없어 임원 관련 현재는 괜찮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와 부하직원을 상대로 일상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1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대한항공 사명과 로고를 변경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350개 이상 올라와 있다. 가장 많은 국민 동의를 얻은 청원은 “대한항공 개인회사의 ‘대한’, 영문명 ‘korean air’ 의 명칭 사용금지 요청”이다. 6만6000명 규모가 동의했다.
하지만 정작 항공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의 답변은 냉랭하다.
우선 대한항공에 ‘국적기’ 자격을 박탈하라는 요구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적기라는 자격이 특별한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국적기는 ‘그 나라에 본사가 있는 항공사’일 뿐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제주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 모두 국적사라는 것이다.
사명에 ‘대한항공’을 빼거나 로고에서 ‘태극’ 문양을 삭제하는 것도 정부 권한 밖이라는 설명이다.
주현종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대한통운, 대한전선, 한국타이어 등 ‘대한’이나, ‘한국’을 쓰는 기업은 물론, 펩시콜라처럼 ‘태극’ 문양을 쓰는 기업들은 수없이 많다”며 “상표권으로 보호되는 것을 정부가 법적인 근거 없이 함부로 빼앗을 수 없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196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유로 당시 국영 항공사인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 후, 민영 기업으로 바뀌었다.
국토부는 집행유예 중인 조현아 사장이나 외국국적인 조현민 전무가 한진그룹의 대주주로 대한항공 사업을 사실상 공동 지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권한 밖’이라고해석했다. 현행 항공사업법 제9조(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의 결격 사유)는 항공보안법 위반자와 외국인 등에게는 사업면허를 불허하고 있다.
구본환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경영진의 잘못은 금감위나 검찰이 조사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처벌하는 것이지, 국토부 차원에서 면허를 박탈하거나 노선배분을 줄이는 등 행정 제재를 할 이유는 안된다”고 말했다.
면허를 박탈하고, 노선을 줄이려면 여러 기준이 있는데, 거기엔 경영진이 형사 처벌 대상이라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등의 기준은 없다는 것이다.
조현민 전무가 미국 국적으로 우리나라 항공사 임원인 점도 시기를 놓쳐 문제 제기가 어려운 상태다. 항공사업법 제9조는 외국인이 항공사의 등기임원이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조 전무는 과거 일시적으로 ‘진에어’의 등기임원을 했지만 현재는 아니다. 대한항공 임원도 미등기 임원이어서 지금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게 국토부 법률 자문 결과다.
한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는 조양호 일가에 대해 과연 국적기 명예를 부여하는 게 마땅한지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분명한 패널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상임선대위원장도 “앞으로 대한항공이 더 이상 ‘대한’이라고 하는 용어를 쓸 수 없다는 법적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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