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이 기시감은 뭘까. 분명 처음 만나는 작품인데 낯익다. 어디서 만난 적 없냐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경유(이진욱)는 삼재라도 맞은 것처럼 되는 일이 없다.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날 여자친구에게 제대로 된 통보도 받지 못한 채 이별을 하게 됐고 대리운전 아르바이트 때 만나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다 진상이다. 옛 연인을 만나 달달한 썸이라도 생기나 했더니 오히려 유정(고현정)은 경유의 상처를 건드린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다. 경유는 여자친구가 회사를 잘린 줄도 몰랐고 친구 앞에서 눈물을 쏟으면서도 그 고민을 털어놓지도 못한다. 진짜 문제는 외면하기 바쁘다.
영화는 경유 중싱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경유의 시선을 따라간다. 경유가 처한 상황을 간접 경험하지만 물 없이 고구마를 먹을 것처럼 답답하다. 그렇지만 리얼한 캐릭터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하게 된다. 현실적인 연출이 관객들의 몰입을 도와준다. 알쏭달쏭한 영화의 제목처럼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곳곳에 은유적 장치를 설치했다. “호랑이 조심해”라고 인사를 하지만 경유와 유정에게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은 스스로를 가둔 내면의 두려움이다. 마지막 경유는 의도치 않았던 상황과 진짜 호랑이를 마주하고 그 알을 깬다. 영화는 경유처럼 용기를 내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두려움과 마주해보길 바랄 뿐이다. 현실에서 볼 법한 캐릭터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이 화법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무척 닮아 있다. 심지어 끊임없이 등장하는 소주까지 똑같다. 아무래도 이광국 감독이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 ‘해변의 여인’ 조감독 출신이니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다만 관객에겐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기일 뿐이다. 영화를 이끄는 이진욱, 고현정의 조합은 흥미롭다. 고현정은 유정 역시 자신의 스타일로 완성해내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특히 멜로 주인공만 어울릴 줄 알았던 이진욱은 의외로 찌질하고 평범한 캐릭터도 잘 맞는다는 걸 증명한다. 12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