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 붙였더니 완판·완판… 삼양식품 ‘까르보불닭볶음면’ 3개월새 무려 3600만개 팔려
유통가의 중원 전쟁터가 ‘한정판(limited edition) 마케팅’으로 달궈지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은 아니지만, 기존제품의 변형을 통해 또는 한정판이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수요가 커지자 고객마케팅 최전선에 자리잡은 것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업계에서 한정판 제품이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정판이 기록적인 매출성과를 올리면, 곧바로 정식제품으로 출시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눈길을 끈다.
이른바 ‘한정판의 경제학’이다. ‘설득의 심리학’ 저자인 로버트 치알디니 애리조나 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에 따르면 욕구를 충족시켜 줄 재화가 부족할 때 재화의 가치는 상승한다. ‘한정’이라는 라벨이 붙는 순간, 잠자던 소비욕이 꿈틀거릴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고, 그것이 주효한 것이다. ▶관련기사 19면 실제로 한정판 덕을 본 업계는 미소짓고 있다. 삼양식품은 ‘까르보불닭볶음면’으로 한정판 잠재력의 진수를 보여줬다. 출시 석달만에 총 3600만개가 판매되며 ‘불닭’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까르보불닭볶음면은 불닭 브랜드 10억개 판매기념으로 한정 출시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봉지면에 이어 곧바로 용기면으로도 선보였다. 한달만에 각각 750만개, 370만개가 판매되면서 돌풍 조짐을 예고했다. 1월 중순 이후에는 둘다 합쳐 일평균 판매량이 45만개로 늘었다. 1초에 5개꼴로 팔려나간 셈이다.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올해들어 거의 석달간(1월~3월18일) 편의점 용기면 매출 톱권(CU 1위ㆍGS25 2위ㆍ세븐일레븐 1위)에 위치할 정도로 기염을 토했다. 지난 2015년 오뚜기의 진짬뽕(초기 50일간 판매량 1000만개)를 넘어선 수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주문량을 감당하기 위해 기존 원주공장을 비롯해 익산공장에서도 추가로 설비를 가동했다”며 “까르보불닭볶음면의 정식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때 ‘못구해서 난리’였던 허니버터칩도 한정판을 내놨더니 전성기 못잖은 인기를 맛봤다. 벚꽃시즌을 맞아 지난 3월 출시한 ‘허니버터칩 체리블라썸’ 한정수량 140만봉은 모두 판매됐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당초 생산물량은 3개월치 판매량이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 속도로 한달만에 완판됐다”며 “140만봉을 추가 생산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허니버터칩 체리블라썸은 ‘진짜 벚꽃 원물을 갈아 넣었다’는 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월 매출액은 15억원으로, 제과업계 히트제품 기준인 1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설빙은 봄 한정메뉴 ‘벚꽃피치설빙’ 효과를 톡톡히 봤다. 설빙이 지난달 출시한 벚꽃피치설빙은 전체메뉴 판매량의 20%이상을 차지했고, 출시 첫날(28일) 판매 호조로 하루동안의 설빙 매출은 전년에 비해 56% 올랐다. 벚꽃피치설빙은 빙수 위에 솜사탕을 올려 포근한 벚꽃 느낌을 한껏 살린 것으로, 화려한 비주얼 답게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벚꽃피치설빙)만 1200여개 달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업계는 한정판 열풍에 대해 ‘남이 뭘 사는지를 쉽게 알 수 있는 사회구조’가 또다른 배경으로 보고 있다. 좁은 땅에 모여 살아 지리적ㆍ사회적 거리가 가까우면서도 SNS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타인의 소비 등 동향에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비교지수’가 높은 한국인 특성상 한정판에 대한 호기심도 강하다”며 “한정판이 주는 특권과 이를 공유하려는 감성이 맞물리고 있다”고 했다.
김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