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역3번출구

신촌역에서 친구를 만날 때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① “맥도날드 앞에 서 있을게” ② “홍익문고에 있을테니 들어와” ③ “유플 망원경 앞에서 보자”

하지만 이제 첫 번째 방법은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됐다. 1998년부터 20년째 신촌역 3번 출구 앞에서 영업하던 맥도날드가 다음 달에 문을 닫기 때문.

이제는 40대에 접어든 선배들에게 옛 방법들을 물어봤다.

“90년대 약속장소하면 그레이스, 그랜드아님 ‘맥도날드’였지.”

그만큼 신촌역 맥도날드가 주는 상징성은 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역사적 의미와 별개로 시장은 냉정하게 돌아가는 듯하다.

임대료

신촌점 폐점에 대해 맥도날드 관계자는 “매장 열고 닫고 하는 것은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일인데 신촌점도 그 일환”이라며 “기본적으로 패스트푸드 사업은 시시각각 변하는 수익구조를 면밀히 살펴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폐점 배경을 설명했다.

맥도날드 측이 두드려본 계산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임대료다.

현재 맥도날드 코리아는 75% 가량의 매점을 직영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 임대사업 형태로 들어가있다. 즉, 세들어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포장해서 나가는 손님보다 앉아서 먹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넓은 매장 면적은 기본요소다. 이에 임대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신촌점 역시 신촌역과 연결된 엘리트빌딩의 지층과 지하 1층, 두 층에 걸쳐 입점해있다.

월세

많은 다른 기사들에선 맥도날드 신촌점과 건물주 사이에 20년 장기임대 계약을 하다 이번에 연장을 하지 못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핵심은 보증금이 아닌 ‘월세’다. 장기임대 여부와 별개로 건물주와 맥도날드 측은 매년 혹은 격년 단위로 ‘월세’에 대한 조율에 들어간다. 상시 조정 과정에서 주변시세를 고려해 양측이 협의를 하는데 시세가 보통 연초에 조정되기 때문에 영업연장 여부가 3월 혹은 4월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신촌점도 장기계약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올해 월세 협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폐점 결정을 내린 것이다. 실제로 맥도날드는 신촌점 이외에도 사당, 서울대입구, 애오개, 부산서면, 용인단대점도 같은 이유로 상반기 중에 폐점할 계획이다.

홍익문고는요

이제 신촌역 3번 출구 방향에 익숙한 건 ‘홍익문고’뿐이다. 신촌역 상권 일대 임대료 상승 바람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개업 60년을 맞이한 홍익문고의 비결은 간단하다.

바로 해당 건물주가 홍익문고이기 때문이다. 세들어 장사해왔던 맥도날드와 달리 홍익문고는 자기 건물에서 하는 영업이기 때문에 임대료 부담에서 자유롭다. (홍익문고 역시 2012년 신촌역 일대에 재개발 계획이 잡혔을 때 건물이 헐릴 뻔한 위기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측의 노력으로 홍익문고 일대 재개발구역이 해제돼 살아남았다.)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자 사장님의 말씀. “제 아무리 맥도날드라도 건물주한테 이길 수 있나. 건물 있는 책방이 훨 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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