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미국의 가파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전 세계 증시가 변동성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전쟁 포문까지 열면서 국내 증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1일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전까지는 이같은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주 코스피 지수는 2,01% 하락했으며, 코스닥 역시 1.66% 내리막을 탔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3152억원, 186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외국인은 2670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301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개인과 기관은 각각 116억언, 681억원 수준의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국내 증시가 지난 한 주 하락세를 나타낸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결과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수준(2%)까지 상승하고 있다는 어떤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던 지난해 12월 회의 이후 경제 상황이 진전됐다”고 말하며 ‘매파적 시각’을 내비쳤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전쟁에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자국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외국 업체들이) 우리 공장과 일자리를 파괴했다”라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이를 규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10%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의 반덤핑 피소국 건수 순위에서 한국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무역 비중은 77.7%로, 지난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는 있지만 전세계 평균(58.3%)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문제가 된 철강 제품의 경우, 한국 철강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9.9%로 세계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한 지난 2016년 이후 철강 제품의 대미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긴 하지만, 다른 업종에 대한 관세 부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보다 무역 분쟁 이슈가 국내 증시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달 20~21일 진행될 3월 FOMC 전까지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고용보고서에서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이 높아진 바 있다”라며 “오는 9일 발표되는 2월 고용보고서에서 임금이 어느 정도 상승했는지 주목해야 한다. 이 역시 증시의 조정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FOMC 이후로는 증시의 변동성이 잦아들면서 기업들의 1분기 실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동, 완만한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김예은 연구원은 “무역 분쟁 이슈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꾸준히 있었던 낯익은 이슈라는 점에서 조정에 따른 매물 출회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2월 설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전년동월대비 증가한 것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경기 흐름에 따라 소재, 산업재 및 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 중심의 금융 업종이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며 “반등시에는 과대낙폭주가 먼저 반등하면서 지수의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human@heraldcorp.com

<사진> 지난주 주요 업종별 수익률 [자료=IBK투자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