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지표상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산업현장의 체감경기는 싸늘하다. 특히 올 1월 전산업생산과 소비(소매판매) 및 설비투자 등 3대 경기지표가 모두 증가했지만,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대가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태양광패널과 세탁기에 이어 철강 등 주력산업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지속되면서 수출이 위협받는 가운데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군산공장 폐쇄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쳐 있어 제조업 현장경기의 체감도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4%로 전월(70.2%)에 비해 0.2%포인트 높아졌지만, 절대 수준에서는 지난 1990년대말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에서 맴돌았다. 평균가동률이 2개월 연속 70% 초반에 머문 것도 거의 20년만에 처음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10년(80.3%)과 2011년(80.5%)에만 해도 80%대를 기록했으나, 이후 매년 단계적인 하락세를 지속했다. 2012년에는 78.5%, 2013년 76.5%, 2014년 76.1%, 2015년 74.4%, 2016년 72.9%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72.6%에 머물렀다. 월별 또는 분기별로는 등락이 있었지만, 추세적으로는 6년 내내 하락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분기별로 보면 2016년 1분기에 73.4%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동안 72~73%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해 4분기엔 71.7%로 한단계 더 떨어졌다. 올 1월의 평균가동률 70.4%는 전년 1월(74.9%)에 비해 무려 4.5%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다.
과거 추세를 보면 경제가 그런대로 잘 작동될 때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였고, 경기가 나쁠 때에도 일시적으로 7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바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1980년 이후 평균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67.6%)과, 2차 오일쇼크가 몰아쳤던 1980~1982년(65.1~66.0%) 등 4개 연도에 불과했다.
산업화 이후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6년 연속 감소한 것은 2012~2017년이 처음이며, 현재의 제조업 가동률은 경제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그 이전의 오일쇼크 등은 갑작스럽게 충격이 몰아쳐 체감도가 높았지만, 지금은 경제활동이 점진적으로 위축되면서 피부로 느끼기 어려울 뿐 산업현장의 활력도는 사실상 위기에 처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현재의 침체된 현장경기를 되살릴 모멘텀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동차와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이후 우리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이 뚜렷이 부각되지 않은 가운데 조선산업 침체에 이어 GM 군산자동차 공장 폐쇄 등 주력산업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이어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실체는 모호한 상태다.
제조업 가동률이 현재와 같은 낮은 수준에 계속 머물 경우 생산능력 축소가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 기존 생산능력 축소와 함께 신성장 분야의 생산능력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활력이 더욱 저하될 전망이다, 우리경제가 그 갈림길에 처해 있는 셈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