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 행정부가 세탁기와 태양광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치를 발동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는 방침이지만 판정결과를 얻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려 결국 우리 기업의 피해만 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WTO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미국을 상대로 11차례 WTO에 제소해 이 중 8건에 대해 유리한 판정을 받았다. 1건은 패소했고 2건은 판정 전에 종료됐다.
하지만 승소한 경우에도 WTO의 판정이 내려지고 미국이 이를 이행할때까지 최소 2년이 소요됐다.
특히 세이프가드의 경우 미국이 WTO 협정이 허용한 3년 시한을 다 채우고 철회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가 WTO에 미국의 세탁기와 태양광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한 제소를 한다 해도 이 또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99년 스테인리스 강판 코일 등에 대한 반덤핑 관세는 2001년 2월 한국에 유리한 판정이 나왔고, 미국은 2001년 9월 WTO 권고를 이행했다.
2000년 2월 미국이 탄소강관에 세이프가드를 발령한 당시에는 정부는 같은 해 6월 WTO에 제소, WTO는 2002년 2월 세이프가드가 위법하다고 최종 판정했지만 미국은 시간을 더 끌어 세이프가드 시한인 3년을 채우고 2003년 3월에 조치를 해제했다.
지난 2013년 8월 제소한 세탁기 반덤핑ㆍ상계 관세는 2016년 9월 최종 승소했지만, 기다릴 여유가 없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 사이 미국 수출기지를 베트남과 중국 등으로 옮겨야 했다. 미국 역시 작년 12월 26일까지 세탁기 판정을 이행해야 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최종 판정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미국이 WTO의 판정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WTO 제소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까지 나온다.
태양광 셀과 모듈 생산업체인 한화큐셀코리아의 조현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소를 준비 중인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미국과 추진하겠다는 보상 협의도 성사 가능성이 크지 않다.
WTO 협정은 회원국이 세이프가드를 시행하는 경우 다른 품목 관세를 인하하는 등 적절한 방식으로 상대국에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도 가능성을 크게 보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지난 2002년 5월 정부는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에 대한 보상조치로 다른 수출품목의 관세 면제와 한국산 철강재에 부과되는 반덤핑 및 상계 관세 철회를 요구, 당시 정부는 세이프가드 첫해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액 약 1억7156만 달러 상당의 보상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전혀 보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