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성 기대 돈 걸면 처벌 가능’ vs ‘거래 시점엔 손익 결정 안돼’ -경찰 ‘마진거래’ 불법성 검토…증권거래는 자본시장법에 ‘도박 예외’ 규정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에 관해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는 의견을 밝힌 가운데, 이용자가 아닌 거래소도 형사처벌될 수 있는지에 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과 형법상 도박장소 등 개설죄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소 도박개장 처벌?… 경찰 수사에 법조계 의견 엇갈려

형법은 도박을 한 사람 뿐만 아니라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래 ‘도박개장죄’로 규정돼 있었지만, 사이버 공간에 차려진 가상 도박장 개장을 처벌할 수 있도록 2013년 법이 개정됐다. 물리적인 ‘장소’ 뿐만 아니라 ‘공간’이 추가됐고, 형량도 징역 3년 이하에서 5년으로 올라갔다.

경찰은 코인원에서 제공했던 ‘마진거래’ 서비스가 도박성이 짙다고 보고 있다. 회원들이 장래 시세를 미리 예측해 공매수 혹은 공매도를 선택해 금전적 이익을 보는 것은 대법원 판례상 도박으로 인정되는 ‘우연성을 가지고 재물을 거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인원은 경찰 수사로 인해 지난달 18일 마진거래를 중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실제 거래소를 수사할 필요성이 있는지와는 별개로 처벌이 가능한지에 관해 의견이 나뉜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공매도를 하는 건 우연성에 영리를 취하는 것이어서 형법에서 금지한 도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장래를 예측해 투자자가 위험성을 떠안고 거래를 하는 선물거래가 이뤄진다. 같은 논리라면 선물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도 도박장 개설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는 형법 246조(도박장 개설죄)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둬 문제 소지를 없앴다.

반면 가상화폐 거래를 도박개장으로 처벌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찰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도박개장죄를 적용하는 근거로 대법원이 허가받지 않은 온라인 선물거래소를 처벌해야 한다고 본 판례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무법인 창천의 박건호 변호사는 “경찰이 말하는 판례는 무허가로 차려진 온라인 선물옵션 거래소를 처벌하기 위한 사례였고, 실제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가상 거래에 돈을 거는 것이었다”며 “반면 암호화폐 매매는 실제 매매가 이뤄지고 민법상 허용되는 매매계약 체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원리에 따라 결정된 가격으로 투자자들 간 거래가 이뤄져 도박과 구조 자체가 다르다"며 "단순히 우연성이라는 요소가 개입된다는 것만으로 도박을 인정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