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껌하게 밀폐된 옷장은 금방 엉망진창이 돼요. 옷가지들을 되는대로 쑤셔놓죠. 그래서 최근에 집의 옷장을 투명한 유리로 개조했어요.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재킷, 코트, 셔츠를 음미하고 정돈된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됐죠. 주변의 분위기, 공기를 조화롭게 만들기 위한 하나의 시도죠.”
‘앰비언트(Ambient)’. 직역하면 ‘주위의’ 혹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음악 장르에 사용되는 단어다. 일본 대표 산업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深澤直人ㆍ61)의 안광은 보다 더 본질적인 곳에 초점을 맞춘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이라는 개념에서 물체는 핵(核)이고 주변부는 부가적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사물로부터 파생되는 분위기(Ambient)를 더 중요시한다. 사물과 인간 사이에 있는 주변의 분위기 혹은 환경이 디자인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17’의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선 후카사와 나오토는 “디자인이란 어떤 것을 단순히 조형적, 기술적으로 제작하는 것을 넘어서 물건이 놓여진 환경과 분위기를 고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자인의 윤곽선(Outline of Design)을 긋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디자이너는 손에 잡히지 않는 공기, 혹은 공간에 조화로운 선을 긋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가 디자인한 일본의 종합 제조업체 히타치(Hitachi)의 ‘휴먼 프렌들리(Human Friendly)’ 엘레베이터에도 이러한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후카사와는 도시를 연결하는 ‘선’에 주목했다. 높은 공중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면 도시를 촘촘히 잇는 것은 수평적인 선이다. 교통수단이 도로를 훑고 지나가며 복잡하게 얽힌 선을 만들어낸다. 반면 지상을 향하는 수직전인 선은 오직 승강기의 상하(上下) 이동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후카사와는 “불특정다수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승강기를 보다 더 잘 디자인할 수 있다면, 사람들의 행복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승강기 안에서 모서리 쪽에 기대 서있는 행동에 주목했다. 각이 져있는 모서리를 부드럽게 굴려 둥글게 디자인했다. 천장을 포함해 모든 디테일에는 각진 모서리가 없다. 천장고를 높이고 전면을 광천장(Luminous Ceiling)으로 마감해 햇살이 안쪽으로 따뜻하게 쏟아지게 했다. 빛줄기는 둥근 모서리를 타고 순환을 한다. 이윽고 폐소공포증을 유발할 수 있는 수직적인 이동체는 둥지 같은 아늑함을 선사한다. 환경과 분위기가 물체의 디자인과 맞물려, 가장 정직한 디자인이 탄생한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