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한미-한중 균형 외교” 천명 -‘한일 동맹 불가’, 미-중 외교 방정식 변수로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방문을 계기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외교 슈퍼위크’가 열렸다. 미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한중일 3국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한미ㆍ한중 관계의 균형을 판가름할 쟁점으로 한일 관계가 떠오른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아시아 순방 첫 순서로 일본에 도착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인간적ㆍ정책적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다. 방일 기간 두 정상은 총 네끼 식사를 함께 하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제안한 개념인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자주 입에 올리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7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준비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심경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미ㆍ한중 관계라는 이차 방정식의 새로운 변수로 한일 관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정부는 중국 측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협의를 도출했는데, 그 이면에서 ‘한미일 군사동맹화 불가’를 중국에 약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협의안에 중국이 ‘한미일 군사협력과 관련한 우려를 천명했다’고 명시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미일 군사협력화,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MD) 불참’ 등 ‘3불(不) 원칙’을 언급해서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와의 인터뷰에서도 “한미일 공조가 3국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긋고 한미ㆍ한중 균형 외교를 천명했다. 지난 9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아베 총리를 향해 직접 미국은 한국의 동맹이지만 일본은 동맹이 아니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도마에 오르자 청와대는 “안보와 관련한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국이 사드 협의와 한미일 군사 동맹화 불가 등으로 한중 관계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면 미국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한미 관계 홀대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3불 원칙’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이 확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국이 그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아울러 한미일 군사 협력 불가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기조와 결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미국 조야의 우려를 낳았다. 지난 6월 한미 정상 공동선언에서 두 정상은 “암 연구, 에너지 안보, 여성 역량 강화, 사이버 안보와 같은 범세계적 도전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한미일 3국 관계를 활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한중 사드 협의 발표 이틀 전 한미 국방장관 간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도 ‘한미일 3국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공동의 안보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데에 공감한다’는 대목이 포함됐다.

중국이 만약 군사 동맹을 구체적인 조약을 맺는 관계라는 협의를 넘어 군사적인 협력을 포함하는 광의로 해석할 경우 문제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외교ㆍ안보 구상에 있어 앞으로 중국이 딴지를 걸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등 방한 기간 일정을 소화하며 한국의 미-중 정상외교, ‘3불 원칙’과 한미일 군사동맹화 불가 등 최근 한국의 외교 정책에 대해 직접 언급할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