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대 디자인 거장 클라우디오 벨리니 e메일 인터뷰> 완벽함과 아름다움의 ‘고전’ 추구 ‘경계없는 디자인’ 인터넷이 일조 “삶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즐겨라” “삶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즐기십시오”
거장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자신의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이 삶을 조금이라도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이탈리아 3대 디자인 거장으로 꼽히는 클라우디오 벨리니(54)의 메시지다.
클라우디오 벨리니가 온다. 그는 헤럴드디자인포럼 2017의 연사로 ‘경계를 없앤 디자인, 미래를 탐구하다’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국내에서는 가구기업인 일룸과 벤텍앤퍼니처와 협업하기도 했다. 그의 한국강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협업했던 한국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상대로 강연에 나선 적이 있다. 그러나 대중앞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작품 중 메뚜기에서 영감을 받은 미국 헬러(Heller)사의 의자, 소설의 제목이자 향유고래를 뜻하는 ‘모비 딕’에서 영향을 받은 침대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모던하다는 찬사를 받는다. 익숙한 듯 낯선 벨리니의 디자인세계를 만나기 앞서 그를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벨리니는 디자인포럼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것에 흥분을 표시하면서도 “디자인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진 않는다. 디자이너는 삶에서 순간 순간 만나는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벨리니의 강연 주제인 ‘경계를 없앤 디자인’은 사실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건축, 가구, 패션 등 디자인의 대부분 영역을 종횡무진ㆍ병합하며 달려온 그는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는 미래사회에서 인간이 갖는 가치와 인간 디자인의 관계 주목한다.
“디자인의 경계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이건 엄연한 ‘팩트’입니다. 인터넷의 발달은 세계를 동질화 시켰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비슷한 열망을 가지고 살아가지요. 더군다나 이들은 서로 강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활 수준이 균질화되면서 사람들의 욕구도 비슷해졌다. 제품의 디자인이 전세계적 호소력을 가질 수 있게 된 이유다. 특정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동시대 ‘지구인’을 위한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의 이같은 통찰은 한국 가구업체와 협업에서도 드러난다. 벨리니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기업과 협업할 때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은 라이프스타일”이라면서도 “완성품과 소재는 유럽 표준을 비교해 제작했다”고 했다.
디자인의 경계가 사라지는데 가장 크게 일조한 것은 바로 ‘인터넷’이다. 특히 4차산업시대를 맞아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벨리니는 “제품엔 당시 사회와 문화가 담기는데, IoT(사물인터넷)기술은 이같은 특징을 더욱 강화할 겁니다. 완전히 다른 규모로 지금까지와 다른 속도가 되겠죠.”
그렇다고 해도 제품 디자인이 지향하는 바는 같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거장에게 가장 좋은 디자인이란 ‘시간을 이겨내는 작품’이다. 즉 고전이다. 벨리니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완벽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건 같습니다. ‘고전’에 매료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지요. 고전은 그 디자인이 실제적으로 사용하거나 특별한 기능이 있다는 것과는 별개로, 대중의 삶과 상상력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핵심이지요.”
그는 자신의 작업 가운데 이탈리아 Riva1920과 함께 작업했던 ‘베니스’라는 콘솔 테이블을 ‘고전’에 가까운 작품으로 꼽았다. ‘베니스’는 실제 베니스 라군에서 곤돌라에 사용된 나무줄기를 재사용해서 만든 작품이다. 오랜 나무줄기에 광택이 나는 강철을 더해 햇볕이 반짝이는 바다에서 유영하는 곤돌라를 재현했다. 벨리니는 “이 작품은 제게는 ‘시적’이기 까지 합니다. 곤돌라의 나무를 활용하고, 강철로 베니스의 바다를 불러들였죠. 콘솔을 볼 때마다 감성이 살아납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기억의 상징적 가치’입니다. 베니스에 한 번이라도 가 보았다면, 그 기억속에 있는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거죠.”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