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헤럴드디자인포럼] “감동·놀람·궁금증…나를 움직이는 원천은 열정·창의력”

디자인산업, 미래관심·정체성이 주도 4차산업 혁명기에는 보편적가치 집중 인간적 이해·행동변화·도덕성이 중요 세계적인 디자인에는 뭔가 남다름이 있다. 감동을 주고 놀래키고, 궁금증을 일으킨다. 그리고 마음 한 켠이 따뜻해져옴을 느끼게 된다. 11월 7일 개최되는 ‘헤럴드디자인포럼 2017’에 연사로 나선 9명의 디자인 거장들, 하이메 아욘, 클라우디오 벨리니, 후카사와 나오토, 아르나우트 다익스트라-헬링하, 테라오 겐, 까르메 피젬 등 저마다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이들에게 창조의 영감은 어디에서 오고 디자인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물었다.

우선 9명의 디자인 거장들은 자신을 움직이는 창작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열정’과 ‘창의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전환기에 디자인의 역할은 “기본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017 헤럴드디자인포럼] “감동·놀람·궁금증…나를 움직이는 원천은 열정·창의력”

▶디자인의 원동력… 창의력 그리고 목표의식=스페인 출신 세계적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은 “창의력 그 자체와 탐색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동력”이라며, “디자인을 통해 아이디어와 감정을 탐색하는 도전은 나의 열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험 그리고 개인적인 관심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며 “사용자와 연결되는디자인을 만드는 것은 아이디어의 몫”이라고 귀띔했다.

이탈리아 디자인 3대 거장으로 불리는 클라우디오 벨리니는 “창의력을 기반으로 내 일을 사랑한다”며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고 인간의 필요와 기대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에 매료된다”고 말했다.

무인양품(MUJ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후카사와 나오토는 ‘삶의 개척’이라는 도전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우리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뭔가를 만드는 것에 열정을 느낀다”며 “이는 프로젝트를 받은 후 자연스럽게 마음이 일하기 시작하는 역동적인 사이클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공동 수상자인 까르메 피젬은 “공간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정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내 추진력”이라며 “핵심적인 의미는 도시와 풍경 등 기존 환경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움과 완벽함에 대한 강한 집념은 디자이너들의 기질이기도 하다. 발리, 토즈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신발부문에서 활약 중인 석용배 디자이너는 “선천적으로 어릴 때부터 아름답고 좋은 걸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며 “디자인 컨설턴트를 시작하면서 어떻게 디자인에 변화를 주면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가 향상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회사의 수많은 인력들이 내 디자인을 통해 매출 상승의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프리미엄 유모차 브랜드 ‘부가부’의 수석 디자이너인 아르나우트 다익스트라-헬링하는 “완벽에 가까운 제품을 설계하는 것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더 나은 제품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노린다”고 답했다.

증강현실 기술 플랫폼을 지향하는 람픽스의 공동 설립자 조지 포페스쿠도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는 것”을 원동력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여행을 떠나 보고 배우며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성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디자인 전문회사 아이디오(IDEO)의 첫 한국인 출신의 성정기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는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 정도의 생각과 행동이 필요한 직업”이라며 “아직 동심이 남아있지만 삶의 대한 고민이 이제 막 시작되는 나이, 바로 이 나이대 감성을 얼마나 유지 할 수 있는냐가 창의력 발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소형가전제품 발뮤다 대표인 테라오 겐은 “음악이든 제품이든 뭔가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며 “발뮤다의 목표는 즐거운 삶을 위한 신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산업 누가 이끌까?…미래에 대한 관심과 정체성 있어야 주도=9명의 거장들은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이끄는 주체에 대해 묻자 각기 다른 답은 내놨다. 미래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그들 모두의 인식을 관통하고 있었다.

하이메 아욘은 “정체성이 강하고 기능 외에 다른 것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디자인 산업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삶의 진화 방식에 비춰보면, 지금은 사물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상대방이 느낄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는 해석이다.

클라우디오 벨리니는 “앞으로 단일패권을 위한 공간이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디자인이란 결국 인간의 타고난 필요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상호 연결된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이끌어 간다”고 진단했다.

후카사와 나오토는 “우리가 살아가는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들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며 “이들은 일종의 집단의식을 갖고 있어 의지와 열정을 기반으로 같은 환경 속에 모여 든다”고 말했다. 까르메 피젬은 “제품 가치, 그 자체가 트렌드를 이끄는 힘”이라고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변화에 민감한 진보적인 사람들과 소비자를 중심으로 구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조지 포페스쿠는 “대체로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덜 보수적인 사람들이 각 분야를 이끈다”며 “디자인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행동변화, 도덕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성정기 디자이너도 “디자인 파워는 디자인 생산자보다 소비자들에게 있다”라며 “소비자 스스로 디자인을 사용, 평가하고 그것을 나누면서 디자인 경험을 확장시킨다”고 말했다. 1차 생산자에 비해 2차 생산자인 소비자들을 확대재생산의 역할을 맡는다는 의미다.

디자인 트렌드를 이끄는 주체를 구체적으로 지목한 경우도 있었다. 아르나우트 다익스트라 헬링하는 “유럽에서는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가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관 중 하나”라며 “이곳은 놀라운 콘셉트와 통찰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실험공간을 제공한다”고 추켜세웠다. 테라오 겐은 자신의 회사인 발뮤다를 꼽았다. 그는 “우리는 이 회사에 100퍼센트를 쏟아 매일 열심히 분투하면서 그런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기 디자인, 보편적 가치에 집중해야=4차 산업혁명기 속에서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디자인이 본래 추구하던 보편적 가치와 기본 원칙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문현답이다.

하이메 아욘은 “인터넷이 우리 삶의 방식을 완전히 변화시키면서 어떤 면에서는 더 쉽게, 또 더 어렵게 만들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친밀감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클라우디오 벨리니도 “우리는 우리의 유물”이라며 “완벽함과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기본 원칙은 여전히 동일하다”고 말했다. 후카사와 나오토는 “사물인터넷은 주변환경과 뉘앙스를 제어하는 것”이라며 “이는 물질에 관한 것이 아니라 매체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까르메 피젬은 “일상생활에서 도구와 가구 등의 미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라고 거대담론에 맞서는 답을 내놨다. 석용배 디자이너도 “전에도 그랬듯이 제품 본연의 기능적인 면을 잃지 않으면서 더 편리해지는 시대의 유행을 반영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조지 포페스쿠는 “사물인터넷은 유용성과 사용자경험, 설치라는 중요한 이슈들을 안고 있다”며 “이 선택사항은 아직 탐구되지 않아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성정기 디자이너도 “최근에는 디자이너들이 차별적 가치를 만드는 역할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디자인은 보편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진정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