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디자인…그래서 더 따뜻한 미래

11월7일, 새로운 디자인 세상이 열립니다 ‘가구의 오트 쿠튀르’로 불리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로 체어(RO Chair)’는 인테리어나 가구에 관심있는 이들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다. 수백만원짜리 의자를 갖고 싶어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앉아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안기고 싶은 넉넉하고 푸근함, 가림과 노출의 적절함이 어우러진 단순한 디자인은 고단한 일상에서 팽팽해진 신경과 근육을 느슨하게 풀어줄듯 하다. ▶관련기사 4·5면 또 하나, 이 의자의 독특한 매력은 상상하기에 있다. 패러디의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의 풍만한 여인을 연상시키는가하면, 무언지 알 수 없는 것들로 그득한 항아리처럼 보이는 뒤태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욘은 이 의자를 만든 과정을 설명하면서 오직 편안함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이를 위해 목과 등, 엉덩이와 다리 등 인간의 몸에서 형태를 따왔다. 편안함이란 다름아닌 몸에 최적화된 상태라는 얘기다. 여기에 향수나 놀이적 요소 등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어떤 감성이 더해지면 디자인은 완성된다. “나의 디자인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다. 디자인이 감성을 일으키며 사람을 기분좋게 하며 행복을 창조한다”는 아욘의 디자인 철학이 이 의자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셈이다.

AI(인공지능)ㆍ로봇ㆍIoT(사물인터넷)ㆍ빅데이터ㆍ3D프린팅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시대, 디자인은 제품ㆍ인터페이스를 넘어 프로세스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 디자인과 기술은 이제 ‘한 몸’처럼 움직인다. 그 방향은 결국 ‘인간’으로 향한다. 환경ㆍ자원과 공존, 지속가능함, 약자를 위한 배려와 나눔으로 디자인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모든 기술의 발전 역시 인간을 편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쪽으로 발전해왔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기술은 만난다. 특히 인공지능과로봇, 사물인터넷 등 차원이 다른 컴퓨팅기술과 네트워크가 전에 없던 세상을 만들어가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디자인과 기술은 더욱 긴밀해진듯하다. 둘의 경계가 사라지는 지점에 바로 인간의 얼굴을 한 휴머니즘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술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공용화 내지 표준화를 향해 나아갔다면, 앞으로의 기술은 개개인에 초점이 맞춰진다. 현재 지구촌 곳곳 혁신의 현장은 이런 개인의 취향까지 고려한 진일보한 휴먼 테크놀로지가 한창이다. 가령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는 고객의 발 모양과 치수, 취향까지 고려한 3D프린팅 맞춤형 신발을 선보이고 있으며, 일본에선 노인을 위한 반려로봇과 간호로봇이 구비된 주택까지 다양한 로봇이 생활 속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영화 ‘제5원소’를 연상시키는 드론택시가 두바이에서 시험비행에 성공한데 이어, 프랑스 항공 에어버스도 내년에 하늘을 나는 택시 시티에어버스를 선보이는 등 상상하는 모든 것들이 기술에 힘입어 현실화하고 있다. 생활가전분야에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이용, 사용자의 오감을 만족시키거나 사물인터넷 등 미래 신기술과의 접목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는 11월7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17은 디자인과 기술이 인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인간의 꿈을 실현시키는지 그 뜨거운 현장에 서있는 거장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이 자리에는 책상, 벽 등 모든 표면을 인간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환시키는 증강 현실 기술 플랫폼인 람픽스(Lampix)의 CEO 조지 포페스쿠, 초미세 먼지를 걸러내는 고성능 공기청정기 에어엔진으로 올해 한국소비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소형 가전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발뮤다의 수장 테라오 겐 등이 디자인 철학과 경험을 나눈다.

또한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문 하이메 아욘, 이탈리아 디자인 3대 거장인 클라우디오 벨리니,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올해 수상자인 까르메 피젬이 내한해 관심을 모은다. 인공지능의 반란을 걱정하는 4차산업혁명이 아닌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따뜻한 기술혁신의 현장에 초대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