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28종중 14종 국내생산 가능 녹십자·SK케미칼 국산화 큰기여 피내용BCG·소아마비 백신 등 일부제품 수급불안 여전 과제로
국내 백신 자급률이 50%를 넘으면서 ‘백신 주권’이라는 큰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백신 국산화를 넘어 국산 백신의 해외 수출에도도움이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부 필수 백신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수급 불안정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 백신 개발 기술력을 하루 빨리 확보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전체 28종 백신 중 국내 생산 가능 백신 ‘14종’=현재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백신은 28종이다. 28종 백신은 국내 기준으로 필수 예방접종 19종, 기타 예방접종 5종, 대유행 및 대테러 대비 4종으로 나뉜다.
필수 예방접종 19종 중 현재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백신은 ▷B형 간염 ▷일본뇌염 사백신 ▷신증후군출혈열 ▷수두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성인용 디프테리아/파상풍(Td)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 ▷폐렴구균 PCV(단백결합) 등 9종이다.
반면 ▷일본뇌염 생백신 ▷피내용BCG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사백신 소아마비(폴리오, IPV)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성인용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Tdap)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폴리오(DTaP-IPV) ▷폐렴구균 PPSV(다당질) ▷A형 간염 ▷자궁경부암(HPV) 등 10종은 국내 생산이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이 중 5종의 백신은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필수 예방접종과 달리 접종자가 접종비를 지불해야 하는 백신은 기타 예방접종으로 구분된다. 기타 5종 중 국내 생산 가능한 백신은 당초 콜레라 백신만 있었다. 하지만 SK케미칼이 개발한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가 최근 식약처 시판 허가를 받으면서 2종이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여기에 대유행, 대테러 대비 4종 백신 중 ▷두창 ▷조류 인플루엔자 ▷세포배양 인플루엔자 3종이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해 총 28종의 백신 중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백신은 총14종이 됐다.
불과 7~8년 전만 하더라도 백신 국산화는 먼 얘기로 여겨졌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가 발생할 당시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백신은 7개에 불과했다.
백신은 병원균을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건강한 사람의 몸에 직접 주입하는 것이기에 안전하면서도 면역 효과만을 높여야 한다. 일반 합성의약품보다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기에 개발 비용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때문에 세계 백신 시장은 사노피, 화이자, 머크와 같이 자본력과 기술력을 함께 갖춘 글로벌 제약사가 대부분을 차지해 왔다.
하지만 신종플루로 인해 백신 수급 문제점을 절감한 정부는 ‘백신 주권’이라는 말을 내세우며 백신 국산화에 나섰다. 그리고 정부가 이런 목표를 세운지 8년 만에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백신은 14종으로 2배가 늘어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백신 자급률은 2014년 32%, 2015년 39%를 거쳐 2016년 46%까지 끌어올렸고 이번 대상포진백신 국산화로 자급률 50%를 달성했다.
▶‘백신 외길’ 녹십자ㆍSK케미칼, 백신 국산화에 큰 기여=이처럼 백신 자급률을 높일 수 있었던건 정부의 강한 의지도 있었지만 오랜 기간 백신 개발에만 집중했던 제약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녹십자는 국내 대표적인 백신 명가다. 녹십자는 지난 1983년 12년의 연구개발 끝에 세계 3번째로 B형간염백신 ‘헤파박스-B’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세계 8번째로 신종플루백신을 개발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B형간염백신으로 13%에 달하던 B형간염 보균율을 선진국 수준인 2~3%대로 낮췄고 2009년 신종플루백신을 개발, 전량을 국내에 공급해 국가 보건안보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계절독감백신도 국내 최초로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기술력으로 생산 및 공급하고 있다.
또 현재 글로벌 제약사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성인용 디프테리아/파상풍(Td) 백신 ‘녹십자 티디백신 프리필드시린지주’를 허가받아 연말 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 여기에 백일해 항원을 추가한 성인용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Tdap) 백신은 임상이 진행 중이다.
SK케미칼 역시 백신 국산화에 빠질 수 없는 제약사다. 이번 식약처 허가를 획득한 ‘스카이조스터’는 세계 두번째 대상포진백신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대상포진백신은 2006년 출시된 MSD ‘조스타박스’가 유일했다. SK케미칼은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4가’ 백신을 개발하기도 했다.
SK케미칼은 백신 자급화를 위해 2008년부터 연구개발에 돌입, 총 4000억원의 투자를 통해 백신 개발에 몰입해왔다.
SK케미칼은 “경북 안동에 지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공장에선 백신 생산 기반기술 및 생산설비를 보유해 대상포진백신을 포함한 국내에서 개발 가능한 대부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피내용BCGㆍ폴리오 백신 수급 불안…백신 국산화는 아직 진행형=이처럼 국내 백신 자급률이 50%까지 올라왔지만 아직 불안정한 수급 현상을 보이는 백신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국내 결핵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생후 4주 이내 신생아에게 BCG(결핵백신)를 접종하는 국가 필수접종사업을 진행 중이다. BCG 백신은 피내용BCG와 경피용BCG가 있는데 피내용BCG는 국가에서 무료로 접종을 하는 반면 경피용BCG는 접종자가 접종비를 지불해야 하는 기타 예방접종에 속한다.
그런데 이 국가 필수접종 사업에 속하는 피내용BCG가 최근 수급이 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피내용BCG는 일본과 덴마크에서 전량 수입되고 있는데 일본산 백신의 경우 현지 공장의 질 관리 보완으로 생산물량이 감소해 공급이 지연되고 있고 덴마크산 백신은 공장 민영화 절차가 진행되면서 내년 1월부터 백신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원래 비용이 발생하는 경피용BCG를 피내용BCG가 다시 안정적으로 공급될 때까지 임시로 무료 접종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국외 공장, 제조사 사정으로 피내용BCG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송구하며 백신 수급을 신속하게 정상화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소아마비(폴리오) 백신 역시 최근 백신 부족 현상으로 4~6세 추가접종은 내년 2월 이후로 연기가 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백신 주권을 위한 백신 국산화가 50%를 넘은 것은 고무적이고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다만 결핵, 소아마비 백신처럼 국가 필수접종에 포함되면서도 아직 국내 생산이 어려운 백신의 국산화를 위해 제약업계의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