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고공행진, 진정 기미 안보여 -AIㆍ가뭄ㆍ폭염에 채소ㆍ계란값 급등 -고온현상 지속…추석까지 고물가 우려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 양배추 한통(3280원), 부침용 두부(3950원), 호주산 불고기용 소고기 (700g 1만9460원), 백오이 4개 (4860원). 주부 김지인(45) 씨가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내역이다. 네 가족이 한 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장을 봤더니 3만1550원이 나왔다. 김 씨는 “차라리 밖에서 먹는 게 쌀 때도 있다”며 “갈수록 엥겔지수(소비지출 총액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만 높아져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지갑 열기가 무서운 소비자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 때문이다.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도미노 물가 인상, 여기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폭염에 폭우까지 겹치며 생활물가가 고공행진 하고 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동기 대비 3.1% 상승하면서 2012년 1월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식품은 5.0%, 식품 이외는 2.1% 상승했고 전ㆍ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2.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식품지수는 신선과실ㆍ채소가 각각 20.0%, 10.3% 뛰면서 12.3% 올라 전반적인 생활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4.2% 증가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신선채소는 장마 영향으로 상승 폭이 전달(1.6%)보다 크게 확대됐고 신선과실지수는 전달(21.4%)에 이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계란이 64.8% 급등하면서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오징어(50.8%), 감자(41.7%), 호박(40.5%) 등도 크게 뛰었다. 계란 가격의 경우 최근 태국산 수입 확대 등으로 소폭 하향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평년과 비교하면 50~6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채소와 계란이 금값이 되자, 개인 식당도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한 대학가 앞 고깃집 주인 A씨는 “마포농산물시장서 채소를 경매로 받는데 며칠 전에는 상추 한 상자에 3∼4만 원 하던 것이 10만원이 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A씨는 앞으로 김치와 나물, 볶음류 등을 기본 찬 5가지였던 것을 3가지로 줄이기로 했다.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쌈류 기본구성 양도 절반으로 줄여 내놓을 생각이다.
서울 중랑구에서 김치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B씨는 김치찌개와 콤보로 나오는 세트 구성 가격을 지난 5월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렸다. B씨는 “올해 초부터 계란값이 올랐지만, 떨어질 줄 알고 버티고 있었다”며 “1000원이지만 손님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그 몇 배”라고 말했다.
이처럼 서민들의 고통에도 고물가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상청이 최근 장기전망을 통해 초가을인 9~10월까지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고온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예보한 것도 물가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이에 한 경제전문가는 “물가상승 압력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직접 식품 수입 확대 등 공급을 채우고 유통 물가 단속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