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군 해외 단일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험프리스 기지 시대’가 열렸다.

여기서 잠깐 질문. ‘평택기지 시대’란 무엇일까.

미8군 사령부는 11일 용산에 터를 잡은지 64년 만에 주둔지를 경기 평택 험프리스 기지로 옮겼다. ‘64년 만’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걸까? 곳곳에 흩어졌던 주한미군이 한 기지로 모인 게 왜 중요한 걸까? 또 과거와는 어떤 면이 다른 걸까? 평택기지와 관련된 기사를 읽고 있는 독자라면 던져봐야 할 질문들이다.

‘용산기지 시대’와는 다르다. 미8군사령부는 주한미군의 주전력인 지상군을 관할한다. 그런 8군사령부의 이전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작전을 책임지는 전투 ‘허브’(Hub) 기지의 재편을 의미한다.

더구나 평택기지와 대구ㆍ부산의 군사지원기지로 전국 91곳에 흩어졌던 미군기지들이 통합될 예정이기 때문에 평택기지는 일본 오키나와 기지처럼 육해공군 통합기지로 운영될 수 있다.

평택기지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북아 군사‘허브’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대북억제뿐만 아니라 동북아 분쟁에 투입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 여건을 갖춘 것이다. 평택기지 주변에는 오산기지와 평택항이 있고, 기지 내ㆍ외부를 연결하는 철도시설까지 마련해 유사시 신속한 병력 및 물자 지원이 가능하다.

미국 국방부는 앞서 2010년 ‘4개년 국방검토 보고서’(QDR)에 “주한미군은 ‘전진배치’(forward-deployed)에서 가족을 동반하는 ‘전진주둔’(forward-stationed)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평택기지 이전을 통해 기동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보고서는 “가족동반 근무제가 완전히 시행되면 주한미군을 한국에서 전 세계의 비상사태 지역으로 차출할 수 있는 ‘군병력의 풀’(pool)이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한미군의 활동영역이 넓어졌다는 데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우리 군 역량의 강화다. 토머스 밴달 미8군 사령관은 “화력여단은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대화력전의 필수전력”이라면서 “한국 육군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210화력여단도 평택기지로 이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화력이 한국군을 보조할 수준이 되려면 우리 군은 최전방 수호를 위한 대응화력역량을 갖춰야 한다. 특히 첨단무기체계의 핵심인 지휘ㆍ통제ㆍ통신ㆍ컴퓨터 정보체계(C4ISR) 운용능력을 갖춰야 한다.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조기환수를 고려하고 있다면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두 번째는 중국과의 안보지형 변화다. 미국은 2004년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아시아 주둔 미군을 중국 봉쇄를 위한 첨병 역할로 발전시켜왔다.

미군이 주둔하는 한 중국 함대가 자유롭게 태평양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평택기지는 세계 최대 대중(對中) 전초기지라고 볼 수 있다.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가 예상되는 이유다. 2015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결정 당시 중국은 평택기지에 사드가 설치되는 것을 무엇보다 경계했다.

중국 런민대 우리챵 부교수는 워싱턴에서 열린 ‘핵 비확산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사드가 평택기지에 설치되면 중국의 핵심 군사시설과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다고 반발한 바 있다.

싫든 좋든 한미 양국의 합의 하에 ‘평택기지 시대’가 열렸다. 이전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및 환경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변화된 전력에 맞춰 한미 전력균형 및 정보공유체계를 안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한편, 평택에 새 둥지를 트는 주한미군이 보유한 화력은 아파치 공격헬기에서부터 팔라딘 자주포까지 다양하다.

유효사거리 15㎞ 이상의 다연장로켓(M270)의 발사대는 12기의 로켓을 장착한다. 발사대는 스스로 무기를 장착하고 목표물을 조준하는 능력이 있다. 팔라딘 자주포(M109A6)는 기동하다가 완전히 정지한 후 45초 이내에 발사할 수 있다.

단거리 방공체계인 어벤져(AN-TWQ-1)는 8발의 스팅어 미사일과 50구경 기관총으로 이뤄졌다. 정면관측 적외선 센서와 레이저 추적 탐색기를 갖췄다.

주력 전차인 에브럼스(M1A2 SEP)는 작전시 항속거리 390여km, 최고 속도 시속 67.5km에 이른다. 120mm 활강포와 레이저 탐지기, 열 영상 처리 적외선 센서, 광학 주간 조준기, 디지털 탄도 계산장비로 주ㆍ야간 사격이 가능하다.

브래들리 전투 장갑차(M2A3)는 최대 426km를 이동할 수 있고, 실사격 거리 2.2㎞로 분당 100발을 발사하는 25mm 구경 부시마스터 기관총을 탑재했다. 실사격 거리4.2㎞인 토우미사일 시스템을 갖췄다.

무인정찰기 RQ-7 섀도우는 125㎞까지 떨어진 목표물을 식별할 수 있다. 주·야간 고도 2.4㎞에서 전술 차량을 탐지한다. RQ-11 레이븐은 야간 작전을 위한 전기 광학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가 장착됐다.

평택기지는 북한의 300㎜ 방사포의 타격권 내에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300㎜ 방사포를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발사하면 주한미군 평택ㆍ군산기지를 비롯한 우리 군의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공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군 측은 기지방어차원에서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증강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재 배치된 PAC-3 CRI(사거리 20여㎞)를 내년까지 PAC-3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로 교체할 계획인데, 평택기지에도 이 미사일 포대를 전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PAC-3 MSE는 기존 PAC-3에서 로켓 모터와 미사일 조종 날개 등을 개선해 명중률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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