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남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지칭하며 몇몇 언론이 이렇게 표현했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는데, 국회에서 부적격이라는 이유로 기약없이 인준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란 의미에서다. 현직 헌법재판관으로 지금도 매주 우리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무수한 판결에 참여하고 있는데 뭐가 잊혀졌다는 걸까. 이정미 전 재판관에 이어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까지 맡고 있다. ‘배상을 받으면 이의제기를 금지하도록 한 세월호법 시행령이 위헌’이라거나 ‘회계감사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을 3년으로 제한한 것은 합헌’이라는 결정 등이 최근 그가 이끈 헌재 판결이다. 이쯤 되면 갸우뚱해진다.
헌법재판관 자체가 장관급 고위공직자로 인사청문회 대상이다. 김 후보자도 물론 2012년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그런 사람을 이제와서 부적격이라며 인준하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의로운 사람’. 5일 열린 조재연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여당 측은 “1985년 조 후보자가 판사시절 내린 판결을 보면 그가 얼마나 정의로운지 알 수 있다”고 했다. 한 야당 의원은 “조 후보자가 변호사 개업 직후인 1996년과 2000년 두 차례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고, 세금추징을 1억원 이상 당하기도 했다”며 탈세를 한 범법자로 몰아붙였다. 정의로운 사람이란 걸 설명하기 위해 30년이 넘은 1985년 판결을 들고 온 쪽이나, 부정한 사람이란 걸 증명하겠다며 20년 전 세무조사를 받은 사실을 이리저리 해석해 공격하는 쪽이나 궁색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지금의 조 후보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인사청문회를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며 요즘 여기저기 저녁 회식마다 술안주로 올리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인사청문회마다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등은 고위공직자 필수코스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당시 지금의 야당은 “반대하는 쪽이 업무능력과 별개인 사항으로 트집 잡는다”며 방어하기 급급했다. 상황이 바뀐 지금 그들은 똑같은 사항을 지적하며 자격이 없다고 후보자들의 인준을 거부하고 있다. 반대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혐의가 있는 자는 고위공직자 인선에서 제외하겠다고 호언한 지금의 여당은 임명하는 후보마다 관련 혐의가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강남좌파’. 먹고살 걱정없는 중산층 엘리트로 진보적 사고방식을 가진 인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우파 쪽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대표적으로 거론하며 자주 쓰는 논리다. 생활은 돈 좀 있는 보수주의자들과 다름없고, 아쉬운 게 하나도 없으면서 생각만 개혁적 진보적인 척하는 게 위선적이라고 비판한다. 지금 여당에서 추천한 고위공직자 후보에 대한 비판은 대부분 이 맥락이다. 보기에 따라 그리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라는 건가. 행동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해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며 거기에 맞춰 살려고 노력하는 걸 위선적이라고 봐야할까. jump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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