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은 무역확장법 수위 촉각

“올들어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 규모가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한미 FTA 재협상이 현실화될 경우 이를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겠지만, 대미 수출 경쟁력 약화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한미FTA 재협상’ 압력을 높이는 것과 관련해 한국무역협회는 이 같은 우려를 표시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한미FTA 재협상을 정식 의제로 삼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한미FTA 재협상으로 미국 현지 투자가 확대되고 현지 조달이 이뤄지면서 국내 부품 소재 등의 산업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걱정했다.

국내 수출기업들의 답답한 심정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원인을 둘러싼 인식 차이에서부터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원인을 자동차나 철강 부문의 불공정한 무역장벽에서 찾고 있지만, 무역수지의 경우 한미 양국의 경제 구조와 경기 상황의 차이에 따른 영향이 더욱 크다는 것이 국내 무역업계의 인식이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은 “미국이 제기하는 무역수지 불균형은 양국의 경제, 산업 구조 차이 및 경기 순환에 기인한 것으로 단순히 한미FTA에 의한 것이 아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도 상품수지와 한미FTA 관계에 대해 오히려 미국 무역수지 적자 완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점을 예로 들었다.

실제로 올해들어 우리나라의 수출호조 및 경기회복이 이어지면서 대미 수입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대미 무역흑자 규모도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2012년 한미FTA 체결 이후 2015년 25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나, 2016년에는 25억6000만달러가 감소했고 올해 1~5월에는 전년동기대비 40억7000만달러 감소하면서 흑자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콕 찍어 미국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국내 철강업계 역시 한미FTA 재협상에 앞서 가시화되고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에 대한 우려를 먼저 제기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란 미국의 강력한 자국 산업 보호법으로서 미 상무부에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수입품목에 대한 조사 권한을 주는 조항이다. 일단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관세 부과 등 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특히 관세에 상한선이 없어 얼마든지 높은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국내 철강업계는 열연ㆍ냉연ㆍ후판ㆍ유정용 강관 등 거의 모든 철강제품에 최대 6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아 사실상 제품 수출이 어려운 상태”라며 “그럼에도 관세를 더 매기겠단 건지 그 의도를 알 수가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 지난 1~5월 한국의 철강 수출액은 미국의 수입 규제 강화로 4억20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3% 줄었다.

박도제ㆍ박혜림 기자/


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