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고가품 사오면 수수료 받는 말레이 알바생 -‘전문 위조단’ 범행 추정만…총책 검거 요원 ‘난감’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위조 신용카드로 쇼핑을 하던 말레이시아인이 또 경찰에 붙잡혔다. 말레이시아의 전문 위조단의 신종 범죄로 추정되지만 딱히 검거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H(43) 씨와 T(30) 씨를 사기 및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5일 말레이시아에서 위조 신용카드 30장을 가지고 국내로 들어와 휴대전화 4대를 구입하는 등 총 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송파구 잠실동의 한 마트에서 위조 신용카드로 800만원 상당의 시계와 300만원 상당의 노트북을 구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전산상 오류로 카드 결제의 승인이 거절된 것을 보고 수상하게 여긴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이 발각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말레이시아 현지 총책으로부터 “한국에서 고가품을 구매해서 오면 7~8%의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철저하게 총책의 지시에 따라서만 점조직 형태로 움직였다. 총책은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숙소는 물론 물건을 구매할 상점과 사용해야 하는 카드를 지정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위조 신용카드는 대부분 한국 카드로 피의자들의 명의로 이름이 변경된 위조 카드였다.

최근 들어 위조 카드로 고가품을 구매하려던 말레이시아인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지난 3월 부산에서는 H(26) 씨 등 말레이시아인 4명은 위조 신용카드 61장을 들고 입국해 부산의 백화점과 아울렛 등에서 명품 가방과 시계 21점 등 2300만원에 상당하는 고가품을 구매하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들도 구매금액의 10%를 수수료로 주겠다는 현지 총책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범 4명 가운데 1명은 범행 직후 본국으로 달아나 지명수배가 된 상태다.

지난해 6월에도 말레이인 L(24) 씨가 위조 카드 12장를 가지고 관광객 행세하다 모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2800만원 상당의 물품 결제를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한국에서 위조카드로 고가품을 사다 주면 수수료를 챙겨주는 전문 위조단이 말레이시아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해외에 있는 탓에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 총책은 신변 노출을 막기 위해 공범들과 위챗으로만 연락하고 점조직으로만 운영하는 등 치밀한 방법으로 수사망을 피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현지에 신용카드를 조직적으로 위조해 알바생을 국내로 들여보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총책을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핵심 조직원이 검거되지 않는 이상 그 조직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드 사용자의 신원을 철저히 확인하고 불법 복제가 불가능한 집적회로(IC) 카드를 사용하는 방법만이 현재로서 위조 카드 사용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정부는 위조 신용카드 사기를 막기 위해 기존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를 IC 카드 단말기로 교체하고 있다. 2015년 7월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을 통해 카드 가맹점이 IC 단말기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지만 IC 단말기 전환율은 약 4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점점 조직화되고 국제화되어 가고 있는 위조 카드 범죄 등 국제범죄조직을 전담하는 경찰 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는 경찰이 카드 위조 발생사건만 처리할 뿐 위조카드단 등 국제범죄조직을 수사할 수 있는 인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경찰청의 외사국이 있긴 하지만 정보경찰로서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의 카드 위조단과 같이 국제 범죄조직 수사를 맡을 별도의 전문 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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