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관계개선 필요성 느끼는 것이 중요” -“아베 내각, 위안부문제 논의할 인센티브 없어”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4강 외교 중 가장 어려운 현안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대일외교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에게 셔틀외교를 제안하며 관계개선 의지를 드러냈지만,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독도 영유권 문제 등 외교과제가 산적하게 쌓여있다. 아베 내각은 문재인 정부에서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본에서 한반도 전문가로 알려진 기무라 칸(木村 幹ㆍ사진) 고베대학교 교수를 취재했다. 기무라 교수는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유력매체에 칼럼을 다수 집필하는 등 일본 내 한국연구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아베 내각은 문재인 정부에서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아베 총리와 한일관계를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베와 그 측근들은 문재인 정부를 신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특사단이 아베 총리를 찾았을 때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이견도 있었고, 마침 독도(일본은 다케시마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첫인상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외에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 넓기 때문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 문제로 서로 정보를 교환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대화를 지속하려 할 것이다. 특히 외무성 차원에서 협의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곳에서 들은 얘기인데 , 아베와 그 측근들은 외국에서 한국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3자 회담에서 무시하는 행동을 보인 적도 있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을 비난하는 식으로 한국이 외교를 펼칠 수 있다며 대화하는 걸 꺼려한다고 들었다.

[인터뷰] 새정부 들어서도 한일관계는 ‘흐림’…기무라 칸 한일전문가 인터뷰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국민 대다수가 정서상 한일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이에 대해 이해한다는 제스처를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베 내각의 본심은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아베 내각이 합의 보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는가?

일본 외무성에도 ‘코리아 스쿨’(Korea school)이 있지만, 지금 당장 일본 총리관저는 한일관계가 나빠져도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외무성은 현장에 있기 때문에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그리고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나름의 국내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모습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딱히 재차 논의할 인센티브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대한(對韓)이미지가 급격하게 악화됐다. 한국은 한일관계 악화가 위안부 합의를 하고도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의 표리부동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일본 정계는 무엇을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꼽고 있나?

한국은 위안부문제가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보지만, 일본에 ‘한국환멸’ 기류로 악화된 부분도 있다. 왜 그렇게 된 것이냐고 하면, 한국 외교라인이 상대국을 비난하는 외교를 펼쳐왔기 때문이다. 외교는 알다시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의견을 조율하는 업무다. 매번 비난만 해대면 아무리 상대국이 잘못여부를 차치하고 대화하기 싫어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접근법을 재고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일 모두 양국이 중요한 이웃국가라는 걸 알고 있지만, 굳이 관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 위안부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문제에 함몰됐다보니 원만한 한일관계를 통해 외교적으로 중요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게 됐다. 한일관계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일 언론의 보도 양상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과 일본 언론 모두 유독 양국관계를 흔드는 보도를 많이 낸다. 상대국에 대한 보도내용들을 살펴보면 굉장히 공격적이다. 한국 독자들은 일본에, 일본 독자들은 한국에 대해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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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북핵ㆍ미사일 대응을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한일 안보협력을 통해 일본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한국과 일본의 대북정책은 크게 엇갈려 있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정부가 정상외교를 거부했을 때, 미국을 움직여 대북정책 담론을 이끈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그렇게 비슷할 것이다. 당장 미국의 대북정책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가들의 대북정책을 이끌고 있는 구도이기 때문에 미국을 설득하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 한국이 북한 미사일 위협을 막는 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다 일본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실수로 중국에 흘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북한 문제를 두고 한일이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지만, 뭘 해야 한다는 의욕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일본의 시각은?

한국 정부가 북한 핵ㆍ미사일 도발이 위험한 단계에 도달했다며 일본과 대화에 나서기 시작한 게 불과 1년 전이다. 하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이제와서 왜 위험한 단계라고 말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하려면 훨씬 전에 했어야 했다. 북한이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와서야 제재를 말하는 걸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일본은 더이상 그런 기대가 없다. 일본은 강력한 제재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한국과 박자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구나 한국이 대북정책을 너무 자주 바꿔댔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한국의 대북정책이 자주 왔다갔다 하는 게 불안해 보일 수밖에 없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한일 양국이 당장해야 할 게 있다면?

이견이 있든 없든 빠른 시일내에 정상회담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한국과 일본 양측 모두 한일관계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일관계는 중요하다’는 메세지를 대내외적으로 알릴 수 있다. 외교문제를 해결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정상회담만으로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노력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정상회담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일관계가 급격하게 냉각된 건 정상회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거부는 곧 한국이 한일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국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국은 윤리, 도덕을 매우 중시하는 나라다. ‘올바른 나라’, ‘나라다운 나라’라는 문구는 한국 국민의 도덕적 눈높이가 높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올바르다’는 표현을 바꿔말하면 하나의 기준만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좋은 점도 있지만 국제관계에 적용하기엔 협소한 시각이 될 수 있다. 다른 국가의 도덕성을 문제삼아 비난을 가한다고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전략을 고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새정부 들어서도 한일관계는 ‘흐림’…기무라 칸 한일전문가 인터뷰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정상회담의 장점은 한국 수뇌부의 고민이나 관심을 전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문 대통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나 각종 이슈에서 입지를 다지려고 한다면 어떻게든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단순하고 쉬운 인물이다. 정무 경험이 부족한 데다 준비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아직 외교안보 어젠다가 구체화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한국의 입장을 미국의 어젠다에 반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결정은 실무진들보다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이후 각 정상들의 입장을 반영한 발표문을 내거나 외교정책 기조를 수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초반에 멕시코 장벽건설 문제를 주요 외교현안으로 꼽았지만 아베 총리와 회담한 뒤 북한을 주요의제로 설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