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13일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의 상당수는 이미 지지할 후보를 정했을 것이다. 이들에게 선택의 기준에 대해 말하는 건 별 효과가 없다. 사람들이 한번 마음을 정하고 나면 원래 가진 생각을 강화하는 편향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선택의 준칙은 합리성이지만, 우리 인간이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오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그리고 여차하면 마음을 바꿀 적지 않은 유권자가 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 비율이 얼마든 간에 끝까지 마음을 주지 않고 후보와 밀당(?)을 즐기는 유권자들이 있기에 선거경쟁은 뜨겁게 달궈진다. 그들의 존재야말로 당락의 불확실성을 유지하는 선거 미학의 꽃이다.
그래서 이들 ‘움직이는’ 유권자들을 위해 좀 다른 선택의 기준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한다. 루즈벨트에서 레이건에 이르기까지 현대 미국 대통령을 연구하고 관찰했던 리차드 뉴스태드(R. Neustadt) 교수의 주장이 큰 도움이 된다. 그는 성공하는 대통령의 3가지 특성을 정리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설득의 힘’(power to persuade)이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역시 대통령이 지시한다고 해서 그대로 돌아가는 나라가 아니다.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고 노회한 관료들도 잘 다독거려야 한다. 게다가 시민사회의 지지가 있어야 작은 정책이라도 추진할 수 있다. 결국, 반대세력을 설득하고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설득의 힘이 있어야 성공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좋은 뜻만 갖고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이 다른 이들로부터 협력을 이끌어낼 설득의 힘이 없다면,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정치의 현실이다.
대통령에 대한 정치권의 ‘평판’(reputation)도 중요하다. 여기 핵심은 국회의 지지이다. 특히 야당의 지지는 정책추진에 필요한 예산확보와 입법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고리다. 누가 당선되든 여소야대 정국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의 지지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공약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여당 내부에서의 협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야당과 충돌하고 여당 내부의 주류와도 대립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볼멘소리를 내뱉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은 ‘국민의 신망’(public prestige), 즉 국민의 지지이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유권자인 국민의 지지만큼 중요한 동력은 없다. 여소야대 정국이라 해도 국민적 지지만 있다면 국정운영의 주도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국민의 지지는 붙잡아 둘 수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치솟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시작해서 식물 대통령으로 마감했던 이들을 기억하면 된다.
정치권의 평판과 국민의 신망 역시 넓은 의미에서 설득의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역시 ‘설득의 힘’이다. 이러한 주장이 옳다면, 우리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 반대가 본업인 야당과 개혁을 싫어하는 관료들, 그리고 만만찮은 시민사회를 가장 잘 설득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고르면 될 것이다.
문제는 누가 그런 설득의 힘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아느냐 하는 것인데, 다행히 어렵지 않다. 후보의 정치적 행적을 잘 살펴보면 된다. 과거에 그들이 반대에 직면했을 때 생각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얼마나 잘 설득했는지 말이다. 한 가지 유념할 점은 텔레비전 토론에서 드러나는 말솜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공자도 말하지 않았든가 “말 잘하는 사람 가운데, 인자한 이는 드물다고.” 그들의 말보다 행적을 살펴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