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벤젠 등 1급발암물질 다량 검출 반환협상서 책임소재 쟁점화 불가피 원상복구 강제력 없어 혈세부담 우려 113년 간 외국땅이었던 주한미군 용산기지가 25일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을 시작하는 가운데, 용산기지 내 지하수 오염실태 조사결과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기지를 반환 받는 한국 정부와 반환하는 미군 간 책임소재 공방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2004년 용산기지이전협정에 따라 2017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하며, 정부는 용산기지를 반환받으면 국가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미8군 사령부 측은 이날 “국내 환경오염정화 기준을 적용하여 반환기지에 대한 1단계 환경정화사업을 완료했다”며 “민원이 제기됐던 반환미군기지 오염문제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1단계 환경정화대상 17개기지 모두를 완벽히 정화한 상태”라고 밝혔다. 최근 주한미군 기지를 둘러싼 환경오염 논란이커지자,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미 8군 사령부 측은 “지난해에는 그동안 축적된 군의 환경정화사업에 대한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를 민간에게 개방하기 위해 ‘환경오염 정화사업 백서’를 발간하는 등 미군기지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해 나가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앞서 환경부는 용산기지 내 지하수 환경실태를 조사한 결과, 1급 발암물질 벤젠이 허용 기준치 최대 160배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1차로 공개된 자료에는 관측정 18곳의 시료 분석 결과가 담겼다. 관정 1곳에서는 지하수에 허용되는 벤젠 기준치 0.015㎎/ℓ의 162배에 달하는 2.440㎎/ℓ의 벤젠이 검출됐다.
이에 서울시는 주한미군 측에 기지 내 환경오염을 모두 정화한 후 반환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녹색연합ㆍ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ㆍ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등은 ‘1990년~2015년 용산 미군기지 내부 발생 오염사고의 처리 기록’을 분석한 결과 주한미군 자체기준으로 ‘최악’에 해당하는 1000갤런(3780L) 이상의 유류유출이 7건 일어났으며, 미군은 그 중 2건만 한국정부와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사용 중인 용산 미군기지 내부 환경오염사고가 총 84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한미지위협정(SOFA) 환경조항’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대한민국 정부의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은 SOFA본협정이 아닌 부속문서 형태의 합의의사록과 특별양해각서로 남아있다. 때문에 해당 조항은 주한미군이 각종 환경오염 문제를 우리 군에 통보하고 원상복구하게 할 강제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용산주민들은 SOFA 본 협정에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른 원상복구 의무 규정, 오염사고 발생시 한국 당국에 통보할 의무 규정, 한국 당국의 조사권 보장 규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해왔다.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의 김은희 대표는 “기지이전 작업이 당장 이뤄지지 않더라도 사용중인 기지 내부에 대한 환경오염 실태조사 결과가 드러난 만큼, 내부오염 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해서 정화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용산공원 특별법이 마련됐지만, 주한미군 측이 이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책임을 질 것 같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녹색연합과 민변, 주민모임 측은 “오염된 토양을 미군이 자체 비용으로 정화하지 않고 그대로 반환받는다면 정화작업과 그 비용을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라면서 “용산공원 조성계획은 전면 중단해야 하며 선결과제인 환경오염조사와 정화조치가 완결된 이후 온전하게 반환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