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카페·영화관 시에스타 북적 일부 “직장상사 잔소리에 커피만”
서울 송파구의 한 중견기업 인사팀에 다니는 이모(28) 씨는 요즘 점심때마다 자주 찾던 ‘수면 카페’를 포기했다. 피곤한 점심때 간단한 간식과 함께 몰래 잠을 잘 수 있어 수면 카페를 애용했지만, 얼마 전 카페에서 나오는 길에 직장 상사와 마주치며 잔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신입사원이라도 일을 하다 보면 피곤하지 않겠느냐”며 “그런데 상사는 점심때 수면카페를 이용하면 근무태도가 불량하다고 생각해 막상 이용을 할 때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눈치 보지 않고 잠을 잘 수 있는 이른바 ‘수면 카페’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를 두고 ‘근무태도’를 문제 삼는 의견도 나와 직장인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아예 점심시간을 통제해 수면 카페 등의 이용을 막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직장인 박모(31ㆍ여) 씨도 평소 수면카페를 자주 이용했지만, 올해부터는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해졌다. 회사에서 근무태만을 이유로 점심시간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출입기록을 확인해 오후 12시 전에 회사 밖으로 나서는 경우가 잦으면 사유를 해명해야 한다는 회사 측 설명에 박 씨는 수면카페 이용을 아예 포기했다.
박 씨는 “거리가 있는 수면카페에 빨리 가더라도 자리가 다 차있거나 30분 정도밖에 잘 수 없어 아예 포기하고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며 “주변에는 이마저도 포기하고 30분씩 자는 동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원이 회사 근처 수면카페가 인기라는 사실을 알고 크게 화를 냈었다”며 “회사에서 점심때에 잠을 자는 것도 불만스럽게 생각해 당황스럽다”고 했다. 반면, 임원 등 관리자들은 “오후 업무에까지 낮잠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일부 갈등에도 직장인들 사이에서 수면카페의 인기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어두운 조명에 의자마다 칸막이가 구비 돼 있어 한 시간에 6000원 정도면 눈치 보지 않고 잠을 잘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근 직장인들이나 학원 수강생들이 주로 수면카페를 찾고 있다.
수면 카페가 인기를 얻자 증권사 직원이 많은 여의도의 한 영화관은 지난해부터 점심때를 이용해 영화관 좌석에서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시에스타(siesta) 서비스까지 운영하고 있다. 1만원을 내면 음료도 제공되고 수면도 할 수 있어 반응도 좋다.
수면 카페가 인기를 얻자 기존 카페들도 푹신한 소파를 구비하는 등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 동안 쉬어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늘었다. 여의도의 한 카페 점주는 “점심때만 되면 직장인들이 테이블에 앉아 조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아예 수면카페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카페 내부에 기대서 쉴 수 있는 의자들을 많이 비치해놨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