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금리 올라 가계 이자부담 커져 소비여력 감소 내수에 직격탄 신흥국 침체 땐 수출에 부정적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16일 금리를 0.25%P 올리면서 한국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130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을 높여 소비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신흥국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악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장 소비 부진이 최대 부담이다.
최근 한국경제는 수출 회복세가 생산ㆍ투자로 확대되면서 미약하게나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는 여전히 부진한 양상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시장 금리의 상승을 가져와 가계의 이자 부담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로 인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연 1.25%를 8개월째 동결 중이다. 하지만 시장 금리는 가파르게 올랐다. 올해 1월 은행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39%로 전월보다 0.10%포인트 올랐다.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5개월째 올라 2015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진다.
이는 곧 소비 여력의 감소로 이어져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지난달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은 우리 금융시장에서의 급격한 외화유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직은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낮지만, 미국이 올해 2차례 더 인상하면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 투자 자금이 금리가 더 높은 미국으로 급속도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1년 국채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오르면 한국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3개월 후 3조원 유출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나마 좋은 흐름인 수출 호조세가 지속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심화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한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점은 긍정적이다.
금리 인상 배경이 미국 경제의 호조세로 인한 것인 만큼 대미 교역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신흥국 경기가 침체될 수 있는 점은 수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 등 신흥국 의존도는 57.5%에 달한다.
신흥국 경기가 타격을 받으면 한국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거 빚더미에 오른 신흥국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원리금 상환과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금리 인상은 그동안 꾸준히 예측돼 왔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인상 횟수와 속도에 따라 한국경제에 대한 위협 요소가 실제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가질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당장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추가 금리인상 전에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며 “부채 증가율이 조금이라도 하락하는 등의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정책 집행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