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고발 프로그램’에 엮일듯 -反한국기업 리스트 거론 확실 -정부는 無대응, 기업만 속앓이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첩첩산중이다. 중국 당국의 한국제품에 대한 ‘판매 방해공작’이 점차 세를 더해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소방점검을 핑계로 중국 내 롯데그룹 사업장들에 대한 단속에 들어가더니, 통관에서 수입품에 관한 엄격한 제한조치도 실행 중이다. 여기에 중국 소비자의 날(15일)이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한국상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 방식은 ‘침묵’으로 일관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을 비롯한 중국 현지의 한국업체들은 최근 중국 당국으로부터 집중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 지난 6일에는 한 한국업체 중국 본사는 중국당국으로부터 소방점검을 받았다. 기존 소방점검은 한국 유통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본사까지 들어와 숨통을 조여온 게 다른점이다. 8일에는 중국에 진출한 영상문화콘텐츠기업 사무실이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심사를 받았다. 이 기관은 정부, 지방정부, 국유기업의 국유자산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인데, 이례적으로 외국기업에 손을 댄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에 있는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 초콜릿 공장은 지난 6일 중국 당국의 소방점검을 거쳐 한달간 가동이 중단됐고, 이외에도 사무실이 폐쇄되거나 사업장에 대한 개선 명령을 받은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선 학교를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이 가장 심각하다. 지난달 말 베이징 일부 중고등학교 교무처는 교직원들에게 한국상품에 대한 불매운동 방침을 통보한 것을 시작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SNS에서 반한 움직임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현지 곳곳에서는 한국산 현대ㆍ기아차가 파손되거나, 유통 업체에 방문한 고객이 한국상품이 판매되는 것을 두고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태국 유통업체 로터스나 프랑스 까르푸 등 외국계 유통업체도 중국내 반한정서를 고려해 한국산 제품을 받지 않기로 했다.

현지 유학생 백모(30) 씨는 “주위에서 노골적으로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문제삼는 중국인을 보곤 한다”며 “최근에는 택시에 탔다가 한국인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기사에 혼쭐이 나기도 했다”고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도 “롯데그룹 등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한 목소리가 현지에서는 심해지고 있다”며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생긴 정도는 아니지만, 주위의 반한 분위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

당장 현지에서는 15일 소비자의 날을 기점으로 반한 불매운동이 극성을 부릴 공산이 커 보인다. 매년 소비자의 날이면 중국에서는 외국기업들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중국 관영방송매체인 CCTV부터 나서 외국 기업에 대한 강도높은 매질에 들어간다. 한국 기업의 경우 지난 2011년 금호 타이어가 이 프로그램에 공개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뚜렷한 대응이 없다.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하는 한편 중국의 ‘사드 보복’ 움직임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언급만을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사업하는 업체들에 영업정지가 내려지고, 디도스 공격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니 피해를 보는 건 기업의 몫”이라며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