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실 부재로 업무상 공백, 혼란 등 최소화 중점 - 통일된 삼성 브랜드 이미지 약화 우려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삼성이 1일부터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해체되면서 60개 계열사는 각각 이사회를 중심으로 독자경영에 나서게 됐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전자·생명·물산 등 3대 주력 계열사를 주축으로 운영된다.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존재했던 종전과는 달리 예상치 못한 업무상 공백이나 혼란 등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이라는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 이름으로 관리되던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은 모두 폐지된다.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활동도 사라진다.

삼성 계열사들은 그동안 그룹의 우산 아래에서 누렸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거액의 적자를 냈던 삼성중공업 등 경영난을 겪는 계열사는 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그룹 차원의 업무조정 기능이 폐지되기 때문에 일부 계열사 간 중복투자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한 계열사가 비밀리에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다른 계열사가 똑같은 분야에 뛰어드는 일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입사원 채용도 앞으로는 계열사가 필요에 따라 알아서 뽑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전체적인 규모가 줄고,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배려 폭도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삼성그룹은 매년 1만 명 이상의 신입·경력 사원을 뽑아왔다. 미전실이 각계열사로부터 인력 수요를 취합한 뒤 공채 인원수를 결정했는데, 그 규모는 매년 필요 인원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차원에서 청년 취업난 해소에 기여한다는 목적에서 인원수를 늘려 뽑은것이다. 미전실은 또 지방대 출신 선발 비율이나 채용 시 사회적 약자 배려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모든 계열사에 제시하는 역할 등도 수행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채용과 관련된 그룹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명문대 출신이나 경력자를 우대하는 풍토가 계열사들 사이에 자리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삼성 계열사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가다 보면 단기 실적에 쫓겨 중장기 사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하게 되면 당장 영업이익이 내려간다“며 “태생적으로 모험하기를 꺼려하는 전문경영인 입장에서 신규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고 말했다.

계열사 경영진단 기능의 약화도 우려된다. 그동안 미전실 경영진단팀은 계열사 경영상황을 혹독하게 파헤치고 엄밀히 분석해 문제점과 방향성 등을 제시해왔다. 각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얘기다.

권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