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화두로 부상하며 삼일절마케팅 ‘제로’ -“애국심 마케팅 유통가 안맞아” 특성반영도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삼일절을 맞아 길거리 곳곳에 태극기가 펄럭이지만, 유통가에선 종처럼 태극기를 찾아볼 수 없다. 업계는 태극기나 일제시대 저항하던 독립운동가를 통한 마케팅을 진행하는 데 여러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라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유통업계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각종 애국심 마케팅을 동원했었다. 건물 외곽에 대형태극기를 걸고, 광고 이미지로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애국심 마케팅을 진행했다. 롯데백화점은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에 2019년까지 5년 동안 10억원의 후원금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고, 현대백화점도 전국 14개 점포 벽에 대형 태극기를 설치했고 ‘광복 70주년! 파워 코리아’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롯데ㆍ현대ㆍ신세계 3대 백화점과 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 등 주요 유통업계 취재 결과, 올해 3.1절에는 애국심 마케팅을 하는 주요 유통업계는 한 곳도 없었다.

우선 정치적 민감성 때문이다. 최근 보수단체 집회에서 태극기가 동원되고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이 헌법재판소에서 태극기를 펼치는 등 특정 집단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태극기가 사용되면서 ‘태극기’가 더이상 순수한 애국심으로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태극기의 본질이 많이 변질된 것 같다”며 “요즘 누군가 태극기를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을 한다면 비판 받을 게 분명하지 않냐”며 반문했다.

국내 정치적 민감성 외에도 문제는 있다. 업계 특성상 해외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곳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애국심 마케팅을 펼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A백화점 관계자는 “워낙 백화점과 면세점을 중심으로 일본인 관광객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에 특히 삼일절이나 광복절과 관련한 마케팅을 하긴 어렵다”고 했다.

업계 특성상 특별 마케팅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상시 할인행사가 많기 때문에 특별히 삼일절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마트 관계자는 “보통 주간행사를 목요일에 들어가는데 이번엔 삼일절 휴일이 수요일 대목이라 하루전인 화요일에 행사를 들어간 것 외에 따로 삼일절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도 “삼일절보단 실제 판매로 연결되는 3월 3일 삼겹살데이 같은 기념일이 더 큰 대목”이라며 “이처럼 대형마트의 경우 일년 내내 행사가 많기 때문에 삼일절이라고 특별히 대대적인 행사를 하진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