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딱이에요.”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 제공을 두고 롯데 내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한국과 중국 양쪽에 여러 사업이 걸려있는 롯데의 입장에선 현재 평행선을 달리는 두 정부의 갈등이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롯데는 오래 전부터 중국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1994년 롯데제과 현지법인을 세우면서 시작해 현재 2만명이 넘는 현지 직원들이 22개의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다. 23년이란 긴 시간동안 노력의 산물이다. 지난 2012년엔 중국 본사까지 설립하며 본격적인 중국 사업을 시작해 10조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해 왔다.
잘 나가던 롯데의 발목을 잡은 건 ‘사드’ 였다. 지난해 9월 국방부가 성주골프장을 사드 배치 제3부지 최적지로 결론내리면서 중국 정부는 반발했다. 외교적 반발은 중국에 진출한 재계에 ‘보이지 않는 손찌검’으로 돌아왔다. 한 롯데 관계자는 “노골적인 보복조치는 전혀 없다”면서도 “안전사항을 점검한다든지, 수입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본다든지 하는 식의 변화가 중국 사업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롯데월드 선양’과 같은 대형프로젝트다. ‘롯데월드 선양’은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가장 큰 프로젝트로 이미 3조원이 넘게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는 이곳 공사를 중단시켰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소방안전 사항이었지만, 사드 배치 논란으로 인한 무역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 내부에서는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롯데월드 청두’ 사업까지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협조’만 강요하는 모양새다. 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부엔 ‘당초 국방부가 성주 성산포대에 사드 배치를 결정해놓고 주민들 반발이 거세지자, 롯데 골프장으로 변경한 것 아니냐’는 반발도 있다”며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각종 권한을 가진 정부의 눈치를 안볼 수가 없고, 특히 안보를 내세워 최대한의 협조를 요구하는 상황에선 사업적 손실이 있더라도 (정부의 요청을)거부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두 정부가 내세웠던 ‘정경’분리원칙은 사라지고, 정치적 분쟁으로 롯데만 살얼음판 위를 걷게 됐다. korean.g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