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소설로 법과 맞서다! 문성근 소설 ‘삼포시대’ 화제 -법률만능주의 빠진 현대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 -조선시대 주인공 통해 들여다본 시대의 문제작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역사를 읽어주는 친절한 변호사, 문성근의 역사소설 ‘삼포시대’가 화제다. ‘삼포시대’는 조선 역사 속 삼포(부산, 울산, 진해) 개항을 배경으로 현 시대를 살아갈 혜안을 제시한 문제작.

“취업, 연애, 결혼을 포기한 젊은 세대가 넘쳐나며 ‘삼포시대’란 말은 우리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또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삼포시대는 법과 제도의 후진성과 타락한 정치로 탄생한 암울한 우리의 현재 모습입니다”

문 변호사는 “조선의 역사에도 ‘삼포시대’가 있었다”면서 “항구를 개항해 외국과의 왕성한 자유무역이 이뤄졌던 시대, 그때의 ‘삼포시대’는 지금의 부정적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고 강조했다.

소설 ‘삼포시대’는 ‘문영학’이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조선시대의 잘못된 법과 제도로 인한 권력층들의 부패,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부귀영화만을 꿈꾸는 일부 양반들의 어리석은 행태로 인해, 백성들의 인간다운 삶이 철저하게 유린되고 있었다.

또한 당시의 시대상을 비판하는 것과 함께, 부패한 현 시대까지 꾸짖고 있다는 점에서 ‘삼포시대’는 단순한 역사소설을 넘어선다. 더불어 작가는 소설 속 여러 선각자들을 통해 국민들이 타락한 실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함을 강조한다. 잘못된 법과 제도의 혁신의 주체가 국민들이 되어야 하고, 그러한 개혁을 기반으로 국가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삼포시대의 작가 문성근 변호사는 “20년 넘게 변호사 일을 하면서 법이나 제도가 잘못되면 개인의 양심은 거미줄에 걸린 벌레 꼴이 되고, 정의는 냇물에 뜬 가랑잎 신세가 된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말하고 싶었다”면서 “악법은 악의 탈을 쓴 법이 아니고 법의 탈을 쓴 악이며, 잘못된 관행이나 법을 고민과 사색 없이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나라와 백성을 골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과거 해외 자원개발 투자자문을 하면서 일본과 아시아를 오가며 폭넓은 해외 감각과 역사지식을 습득했다. 오랜기간 변호사로 일하면서 비현실적인 법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고소ㆍ고발율이 일본의 150배에 달하고 70%가 무혐의 처분을 받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 어떤 사람도 잠재적인 범법자일 수밖에 없다고 문 변호사는 말한다.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 이를 위한 수단으로 소설을 선택한 셈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개인블로그에 소설을 올리면서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출판을 권유했고, 부산의 한 출판사가 문 변호사의 소설을 책으로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소설 ‘삼포시대’는 법률만능주의에 빠진 현 시대를 아프게 꼬집는다. 조선말기의 통제사회에 비유해 강대했던 고려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에 의해 패망하게된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저 암울하게만 보지는 않고 있다. 역사상 그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차별이 사라지고 모든 권력에 대한 비판이 가능해진 초일류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는게 문 변호사의 시각이다.

현재 ‘삼포시대’는 3권까지 출판됐다. 4~5월중으로 5권까지 출간할 예정이며, 최종 결말은 올해 연말께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