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 연수중인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가 국방부 허가를 받고 언론 인터뷰한 것으로 2일 드러났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간호장교가 국방부로부터 지침을 받거나 지시를 받고 언론 인터뷰를 한 게 아니라고 해명해 의혹을 키우고 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설명 과정에서 “조 대위는 현역이니 인터뷰 요청을 받으면 국방부 훈령에 의해 대변인을 거치게 돼 있다”면서 “국방부는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본인 의사를 확인하고 절차에 따라 인터뷰를 주선했다”고 말했다.
조 대위가 국방부 허락에 따라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사실은 2일 처음 밝혀진 사실이다.
군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청와대 의무실에 상주 근무한 간호장교는 2명, 군의관은 5명이다.
간호장교 중 선임인 신모 대위는 2013년 4월~2015년 2월 청와대 의무실서 근무 후 전역했다. 신 대위가 전역한 2월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진 시점 직후여서 이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되는 상태다.
후임인 조모 대위는 2014년 1월~2016년 2월까지 근무했고 지난 8월부터는 간호장교 미국연수 과정에 선발돼 현재 미국 텍사스주 육군의무학교에서 연수 중이다. 내년 1월 연수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조 대위는 청와대 근무 직후 6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인 미국연수에 선발돼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선호지역과 험지를 순환하는 군 인사 원칙상 청와대 근무, 해외연수 등 양지만 걸어온 조모 대위의 행적이 상식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 대위와 조 대위의 행적에 수상한 정황이 관측되면서 청와대와 국방부 등이 나서 이들을 조직적으로 감싸거나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이 해명했지만, 여전히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두 간호장교는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 근무했다는 점에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풀 핵심 ‘키맨’으로 지목됐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두 간호장교의 실체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은 중대한 고비에 직면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의 기자회견은 긴급하게 열렸다.
전역한 뒤 강원도 원주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공채로 입사한 신 대위는 29일 오후 4시 자신의 직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는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했고, 그날 대통령을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조 대위도 “당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진료는 없었다”고 밝혔다. 두 간호장교가 일사불란하게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나선 것.
조 대위는 그러나 대통령이 백옥주사 등을 맞았느냐는 질문에는 의료법상 기밀누설 금지 조항을 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런데 조 대위의 인터뷰 과정에서 수상한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조 대위는 자신에 대한 언론 취재가 본격화하자 거처를 민간인은 접근할 수 없는 현지 육군의무학교 영내 호텔로 옮겼다. 이후 전화로만 인터뷰에 응했다.
국방부 측은 조 대위가 숙소를 옮긴 것, 전화 인터뷰로 언론에 응한 것 모두 조 대위의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조 대위가 언론에 밝힌 내용도 조 대위가 군이나 청와대의 지침 없이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해외연수 중인 우리 군 장교가 마음만 먹으면 미군기지 영내 호텔로 거처를 옮길 수 있느냐, 호텔비용도 국비로 지원되느냐는 질문에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만약 이 모든 답변이 사실이라면 우리 군 장교는 미국 연수 중 자신의 판단에 따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마음 먹기에 따라 현지 거처 대신 호텔에서 자유롭게 숙박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문 대변인은 앞서 강원 원주에서 진행된 신 대위의 언론 인터뷰에 대해서도 “전역한 민간인이기 때문에 인터뷰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런 해명에 대해 국민들은 의문을 느끼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도 군의 이런 해명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정황이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군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 정부 측에서 나오는 언론 메시지는 대부분 사전 조율을 거쳐 발표되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에 연수 중인 군 간호장교가 국방부나 청와대 측 지침없이 자기 뜻대로 언론 인터뷰를 했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지는 해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언론이 추가로 조 대위와의 인터뷰를 요청하자 거부했다. 앞서 조 대위의 언론 인터뷰는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국방부가 조 대위 추가 인터뷰를 ‘불허’하며 말을 뒤집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분명해진 사실은 있다. 조 대위의 인터뷰는 국방부 허락에 따라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 외에 인터뷰 내용에 정부 측 지침 등이 있었는지 여부는 당분간 의혹으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