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아이콘’ 최유돈 디자이너

살루아 라우다 슈케어 추상화 등 예술작품에서 디자인 영감 얻어 독창적이며 입기편한 패션 추구

[2016 헤럴드디자인포럼] “아트와 비즈니스는 대립적 관계 아닌 함께 가야할 동반자”

세계적 권위의 ‘런던패션위크’에 올해로 14번째 오른 최유돈(40·사진) 디자이너는 떠오르는 패션계 아이콘이다. 그는 예술 혹은 상업성이란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트와 비즈니스가 같이 가야 한다”는 게 그의 디자인 철학이다. 최 디자이너는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16’에서 ‘패션 그 이상의 열정, 예술과 썸타다’라는 주제로 강연 무대에 올랐다. 최 디자이너는 영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디자이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14년 런던 패션위크에서 ‘주목할 10대 컬렉션’으로 그를 선정하기도 했다.

최 디자이너는 영국 유학을 떠난 배경을 설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유학길에 올라 런던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sㆍRCA)에서 여성복을 시도했다. 여성복은 남성복보다 틀과 룰이 없고 새로운 걸 할 수 있는 게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가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과정에는 런던패션위크를 빼놓을 수 없다. 매년 두 차례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적 패션 행사다. 최 디자이너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여는 ‘고속열차’ 같다고들 표현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패션위크 대표작을 사진과 함께 소개할 때엔 객석 곳곳에서 이를 메모, 촬영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최 디자이너를 향한 업계 관계자의 뜨거운 관심이다. FW(가을ㆍ겨울)16시즌, SS(봄ㆍ여름)17시즌 등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FW16시즌에서 살루아 라우다 슈케어, 헬렌 프랑켄탈러라는 추상화가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직접 작품을 하나하나 보여주고선 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스케치, 실제 작품 등을 꼼꼼하게 소개했다. SS17시즌을 두고는 “프란체스카 우드만이란 여류 사진작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예술작품은 그의 주된 디자인 영감이다.

그는 두 사례를 직접 비교하며 “다른 디자이너와 반대로 가을ㆍ겨울에 색상을 더 용감하게 쓰고, 봄ㆍ여름에 무채색을 더 쓰기도 한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패션엔 답이 없다. 영감은 어디에서나 올 수 있고, 과거를 보면서 재조합하고 새롭게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 명성을 얻은 배경 중 하나로 영국패션협회의 지원을 꼽았다. 최 디자이너는 “국적이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고 영국에서 교육을 받고 가능성이 있다면 지원을 해준다”고 호평했다. 역으로, 한국 패션업계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명확하다. ‘독창적이면서도 입기 편한 옷’이다. ‘독창적’이란 건 예술성과 맞닿아 있고, ‘입기 편한’ 옷이란 건 상업성과 연결된다. 최 디자이너는 앞서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기성복과 다른 아이디어가 있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제시하면서도 착용감이 편한 디자인이 내 철학이다. 패션 디자인은 결국 누군가가 입어야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강연에서도 패션 역시 비즈니스란 점을 분명히 했다. 최 디자이너는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판매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예술에서 영감을 얻지만 결국 디자인은 그 영감을 비즈니스로 구현할 때에만 빛을 발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강연을 마무리한 말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아트와 비즈니스는 대립(vs)하는 게 아니다. 함께(with) 가야 한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