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역할이 더 이상 미적인 아름다움과 제품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데 국한되는 것을 거부한지 이미 오래다. 디자인은 예술과 산업의 범주에를 넘어 이제 생활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다. 마치 공기처럼 우리가 먹고 입고 놀고 자는 모든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의식적이든 혹은 무의식적이든 디자인은 우리 삶과 철학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디자인의 개념은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
디자인은 한 자리에 결코 한 자리에 계속 머물지 않는다. 디자인이 구현해 내는 가능성은 무한대이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디자인은 비즈니스, 기술이 만나 하나로 통합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추세로 나아갈 것이란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8일 서울 하얏트에서 막을 올리는 ‘헤럴드디자인 포럼 2016’ 주제를 ‘디자인 포 컨버전스(‘Design for Convergence)’로 확정하고 세계적인 관련 인사들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장을 펼치게 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번 포럼에 참가하는 연사들의 면면을 보면 이같은 변화의 기류가 명확하게 감지된다. 명망있는 디자인 전문가들은 물론 정보기술(IT)과 혁신 컨설턴트까지 그 폭이 넓어졌다.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크라우드 펀딩 기업 ‘킥 스타터’ 창업자 얀시 스트리클러, 디자인 혁신 컨설팅기업을 경영하는 딕 파월,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주도하며 세계적 브랜드 ‘알레시’를 일궈낸 알베르토 알레시 등이 그들이다.
디자인은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이에 따른 미래 먹거리 발굴과도 직결된다. 디자인인 결국 기업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다. 삼성전자와 미국의 애플사가 5년째 지속하며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는 ‘특허 전쟁’이 그 대표적 사례로 꼽을만하다. ‘둥근 모서리’와 ‘밀어서 잠금 해제’의 특허 소유권을 둘러싼 법정 다툼의 최종 결과에 따라 어쩌면 수천억원의 돈을 물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고 기업인 두 회사의 자존심과 사활이 걸려있다. 그 중심은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는 기치를 내건 헤럴드디자인 포럼이 올해 여섯번째 문을 연다. 그간의 포럼 주제 6개만 놓고 보아도 디자인의 개념과 흐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하지만 헤럴드디자인 포럼 역시 여기서 안주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의 경쟁력을 생각하고 나아가 사람과 자연이 한데 조화롭게 살아가는 더 큰 가치를 디자인을 통해 창출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