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연사 인터뷰 - 딕 파월HERALDDESIGNFORUM2016
사람행동 파악해 필요 부분 충족 세탁기 애드워시는 디자인 혁명 ‘혁신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가 내놓은 드럼세탁기 ‘애드워시(Add Wash)’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깜빡하고 넣지 못한 속옷이나 양말, 수건 등을 세탁기가 돌아가는 중간에 추가로 넣을 수 있도록 ‘문 위에 작은 창문(Add Window)’을 단 것이 적중했다. 작은 부분이지만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줬다는 평가다.
‘디자인은 더 나은 삶을 만든다(Better by Design)!’
디자인 혁신 컨설팅기업으로 유명한 시모어파월(Seymourpowell)의 창업자 딕 파월(Dick powell)의 철학이다. 시모어파월은 국내 대기업을 포함해 글로벌 기업의 디자인 리서치, 브랜드 컨설팅을 하는 제품디자인 전문사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파월은 이 ‘애드워시’를 최근 한국 기업의 디자인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제품으로 지목했다. 다음달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16’에 연사로 참석하기에 앞서 헤럴드경제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다. 그는 ‘애드워시’를 두고 “사람들의 행동을 파악해 필요한 부분을 채워줬다”며 “디자인 혁명의 최고”라고 극찬했다.
파월은 그동안 한국 기업과 함께 일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 디자인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짚었다. 우선 한국 기업이 디자인을 외관적인 부분으로 한정하는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 기업의 고위 임원들은 디자인을 사업의 중추적인 부분으로 생각하면서도 디자인의 개념을 미적인 부분, 기능적인 부분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파월은 그러면서 “디자인은 혁신의 지름길이자 연구개발 및 기술공학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중요한 요소”라며 “(회사별로)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점진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디자인 수준을 10점 만점에 7점으로 매겼다. 다소 후한 점수다. 세계 무대에 내놓아도 밀리지 않는 훌륭한 디자인이 많다는 게 그의 평가다. 파월은 “디자인 혁신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5~10년 후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현재 제품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데서 디자인 혁신이 출발한다는 것이다.
파월은 혁신적인 디자인 제품이 실패할 가능성도 인정했다. 그는 “혁신적인 제품이 잘 안 팔리는 경우도 있다. 미지의 영역일수록 리스크도 높아진다”면서 “그러나 혁신가만이 미래를 향한 길을 밝혀줄 수 있고 후발주자를 이끌어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토요타의 친환경 자동차 프리우스를 예로 들었다. 출시 당시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 ‘베스트셀링카’가 되고 지금은 친환경 자동차의 ‘선도자(First Mover)’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파월은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행태를 보이는 한국 기업에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가전 업계에서 불문율로 여겨지는 ‘제발 두 번째가 됐으면…’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업계 최초의 제품(선도자)을 개발하는 데 쏟아붓는 시간이나 돈보다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제품을 모방하고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게 리스크가 낮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파월은 “두 번째로 만족한다면 선도자에게 주어지는 결실을 맛볼 수 없다”면서 “한국 기업은 빠른 추종자의 문화를 바꿔 해당 분야에서 리더가 될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자인은 한국 기업이 빠른 추종자에서 선도자로 변신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최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