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지난 9월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경주역사지구’를 비롯해 ‘석굴암’ 일대와 ‘불국사’ 내 문화재 다수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주 지진 발생 뒤 8일이 지난 19일 저녁 8시 기준 경주 세계유산 내 문화재 62건 중 국보 5, 보물 1, 사적 7, 시도유형문화재 1건 등 14건(22.6%)이 지진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 세계문화유산 안에 있는 지정 문화재 넷 중 하나 꼴로 지진피해를 입은 셈이다.
여기에는 국보인 석굴암과 불국사도 포함됐다. 국보 24호 석굴암 진입로에는 낙석이 떨어져 도로가 파손됐고, 불국사 내 다보탑(국보 20호)은 상층 난간석이 내려앉았으며 대웅전(보물 1744호)은 용마루와 담장 일부가 파손됐다. 이외에도 불국사의 관음전과 나한전의 담장 가와가 파손되는 등 석굴암과 불국사 내 지정문화재 10건 중 4건이 지진피해를 입었다.
아울러 첨성대ㆍ분황사 등 경주역사지구에 위치한 여러 국보급 문화재도 지진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천년왕조의 궁궐터인 월성지구에서는 국보 31호 첨성대가 기존보다 약 2㎝가 기울어지는 ‘변이’가 일어났고 정상부의 우물 모양의 돌 정자석도 모서리 부분이 5㎝ 더 벌어지는 ‘이격’이 발생하는 등 2건이 피해를 입었다.
고분군 분포지역인 대능원지구에서도 신라오릉(사적 172호)와 재매정(사적 246호)의 담장기와가 훼손되고 벽체가 파손됐다. 신라불교의 정수인 황룡사지구에서는 국보 30호인 분황사 모전석탑의 보광전 벽체와 지붕기와가 훼손됐다.
불교유적이 몰려있는 남산지구에서는 국보 312호 경주 남산 칠불암마애불상군의 지반이 내려앉았고 요사체 지붕기와가 파손되는 등 5건이 피해를 입었다.
문화재청은 전국 문화재 피해현황(19일 저녁 8시 기준)과 관련 국가지정 문화재 44건, 시도지정 문화재 자료 37건 등 총 81건이라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경상북도 70건, 울산 4건, 대구 4건, 경남 2건이다.
김병욱의원은 “한 번 파괴된 유산은 다시 되살릴 수 없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 만큼 지진재해로부터 세계유산을 안전하게 보존 관리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