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22조 발행, 작년 221조 넘겨
국책銀, 전년대비 60% 초과 발행
만기도래·생산적 금융 수요 영향
매수세 위축, 연말 대출 이자 부담
당국, 은행권에 발행시기 분산 요청
은행권의 은행채 발행액이 올해 들어 급증하며 벌써 지난해 연간 발행 규모를 넘어섰다. 만기 도래 물량이 늘어난 데다 생산적 금융 지원을 위한 자금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은행들이 연말까지 발행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채를 준거금리로 삼는 대출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5일 기준 올해 누적 은행채 발행액은 222조22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제 4분기가 시작된 상황에서 이미 전년도 전체 발행액인 221조6100억원을 넘어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누적 발행액은 46조76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보다 3.2%를 초과했다.
특히 국책은행의 발행량이 급증했다.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기업은행의 정부보증채를 제외한 10월 15일까지의 누적 발행량은 127조5200억원으로 지난 한 해 물량의 60%가량 초과했다. 이들 국책은행은 은행채의 일종인 산금채, 중금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은행채 발행이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는 전년보다 늘어난 만기 도래 물량이 꼽힌다. 15일까지 은행권의 은행채 만기 물량은 178조1918억원으로 전년 동기ㅂ모다 17.4% 늘었다. 은행들은 통상 새 채권을 발행해 만기 물량을 갚는다. 생산적 금융 지원에 필요한 자금 수요도 발행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책은행은 기업 지원 등을 위한 자금 조달 수요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발행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4분기 만기 도래 물량만 69조1823억원에 이른다. 시장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자금을 확보하려는 선제적 발행 수요도 예상된다. 연말 기업의 결제성 자금이 빠져나가면 은행들이 예대율 관리를 위해 추가 조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발행 한도 11조원을 소진한 뒤 4분기 중 6조원을 추가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향후 발행 계획을 공시하고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채권 공급이 늘면 은행채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커진다. 투자자를 확보하려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도가 높은 국책은행의 채권 발행이 늘면서 은행 간 조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국책은행과 경쟁하려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말 북클로징도 변수다.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연말을 앞두고 신규 거래를 줄이거나 보유 포지션을 정리하면 채권 매수세가 약해질 수 있다. 올해는 시장 변동성 탓에 북클로징 시기가 예년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까지 맞물리면 은행채 금리 오름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
은행채는 가계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기업대출 등 주요 대출 상품의 준거금리가 된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이 시장금리를 밀어 올리는 가운데 발행 경쟁까지 가세하면서, 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니, 금리가 낮을 때 선제적으로 채권을 발행하려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조달금리가 오르니 대출금리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채 발행 경쟁이 채권시장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자 금융당국도 점검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은행권으로부터 4분기 발행 계획을 제출받아 발행 시기가 특정 기간에 집중되는지를 살펴봤다. 과거 레고랜드 사태 때처럼 발행 시기를 조정해야 할 정도로 물량이 집중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급적 은행채 발행 시기를 분산해달라고 은행에 요청하고 있다”며 “북클로징이 있는 4분기가 특히 금리가 뛰는 시기인데, 여전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채권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국고채 발행 물량을 줄이고 있다. 일단 초과세수를 활용해 10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당초보다 5조원 줄이기로 했다. 시장 공급량이 줄어드는 만큼, 시장금리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 밖에 정부는 긴급 바이백(조기상환)도 검토 중이다. 서상혁·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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