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객, 은행 앱으로 해외서 QR 결제

외국인 관광객, 자국 앱으로 결제망 연결

개인 송금 넘어 기업 무역대금 유치 경쟁

블록체인 ‘차세대 결제망’ 구축 선점 시도

인뱅도 가세, 수수료 낮춰 송금 고객 확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서울 지하철 역사 내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간편결제를 통해 승차권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연합]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서울 지하철 역사 내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간편결제를 통해 승차권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연합]

국내 은행들이 해외 결제·송금망을 넓히며 국경 간 금융거래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국내 고객은 은행 앱으로 해외 가맹점에서 QR결제를 하고, 외국인 관광객은 자국 앱으로 국내 골목상권에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국내외 결제망을 연결하는 모습이다. 개인의 여행·생활자금 송금을 넘어 기업 무역대금 정산에도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을 접목하면서 국가 간 자금 이동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려는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韓뱅킹앱서 QR 찍으면 간편 결제=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해외결제 서비스’를 일본·태국·베트남·대만·하와이 등 12개 국가 및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은 식당과 편의점은 물론 노점상에서도 QR결제가 일상화돼 있다. 현지 결제 앱을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국내에서 쓰던 KB스타뱅킹 앱으로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4월에는 금융결제원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 최초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QR결제 서비스도 선보였다. 인도네시아의 국가 QR결제망인 QRIS와 연계해 발리·자카르타 등 현지 3200만개 이상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중 환전 없이 현지 통화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수수료 부담도 낮춘 것도 장점이다.

하나은행 자회사 GLN인터내셔널도 현지 결제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해외 사용처를 넓히고 있다. 지난 5월 기존 유니온페이에 이어 위챗페이 운영사인 텐페이글로벌과 손잡고 중국 내 QR결제 범위를 확대했다. 하나원큐·하나머니 등 국내 제휴 앱으로 위챗페이 가맹점은 물론 지하철·택시 등 생활 영역에서도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앱을 국내 결제망에 연결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GLN은 서울페이 운영 사업자인 쿠콘과 제휴해 서울지역 소상공인 가맹점 50만곳을 추가 확보하면서 국내 약 150만개 QR결제 가맹점망을 구축했다.

대만뿐 아니라 미국·캐나다·싱가포르 관광객도 자국 은행이나 핀테크 앱으로 국내에서 결제할 수 있다. GLN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의 QR결제 거래 건수와 금액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각각 약 1000% 증가했다.

▶해외송금 법인·고객 확보 경쟁=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송금 서비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6월 출시된 신한은행의 ‘이종통화 해외송금 서비스’는 법인 고객이 해외 수취인에게 지급할 현지 통화와 금액을 지정하면, 달러화를 거쳐 해당 통화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수취인이 별도로 환전할 필요가 없어 해외 거래처 결제와 현지법인 운영자금 송금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 측은 “현재 주로 대만·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의 수요가 높으며 최근 중남미쪽이나 개발도상국으로 기부금이나 결제대금 송금 등의 수요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들은 송금 비용과 이용 절차를 줄이며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해외송금 ‘보내기·받기’ 누적 이용 건수는 이달 들어 500만건을 첫 돌파했다. 카카오뱅크의 외화통장에서 해외계좌로 송금할 때 기본수수료 4900원을 면제하고,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해외계좌송금 수취수수료도 조건 없이 받지 않는다.

토스뱅크는 1월 해외송금을 출시한 뒤 현재 10개 통화·33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지난달 월간 송금 신청 건수는 출시 첫 달인 1월의 5.1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송금 신청 금액과 이용자도 각각 4배로 증가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송금 수요에 따라 주요 통화 추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본국 송금 수요도 공략한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전용 애플리케이션 ‘우리WON글로벌’을 통해 국내 거주 외국인의 본국 송금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우리WON글로벌은 17개 언어를 지원하며, 영업점 방문 없이 6종의 해외송금 서비스와 거래외국환은행 지정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달 카카오뱅크도 외국인이 비대면으로 5분 만에 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블록체인 차세대 결제망 선점 시도=블록체인 기반 국제결제망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7월 JP모간 키넥시스의 블록체인 결제망을 활용한 수출입 기업결제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JP모간 키넥시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관 전용 블록체인 결제 인프라 중 하나다.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의 달러화 송금을 대상으로, 시차와 영업일 차이로 발생하는 무역대금 결제 지연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개인 송금 편의를 높이기 위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미국 뉴욕멜론은행(BNY)과는 국경 간 디지털자산 결제·송금서비스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BNY의 글로벌 지급결제망과 ‘Pay to Wallet’ 역량을 활용해 외국인·유학생 고객을 위한 맞춤형 해외송금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두나무·포스코인터내셔널과의 협약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해외송금·결제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 파트너인 람다256이 두나무의 GIWA체인과 하나은행의 기존 외환·계좌 시스템을 연동하는 방식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솔라나 재단과 기술 협력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기업 해외송금 전 과정의 실증(PoC)을 완료했다. 기업은 별도 디지털자산 지갑 없이 기존 기업뱅킹과 외화계좌를 사용하고, 은행이 처리하는 결제·정산 과정에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하는 구조다. 거래처 등록과 내부결재부터 송금 실행, 수취인 지급, 송금 반환까지 구현했다. 아직 상용화 시점과 제휴 국가·기관은 정해지지 않았다.

인터넷은행 역시 차세대 송금망 확보에 가세했다.

토스뱅크는 솔라나 재단과 PoC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서클과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 결제·정산 인프라의 연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그룹 차원에서 그랩·태국 SCBX 등과 협력하며 한국과 동남아시아를 연결할 디지털자산 서비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UAE·태국·EU·홍콩의 현지 기관 및 금융사들과도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