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 [법무부]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 [법무부]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한국 정부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손해를 입혔다는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부의 배상책임이 다시 인정됐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손해배상액과 이자, 법률·소송 비용을 합쳐 약 1억 1300만달러(약 1536억원)다.

1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엘리엇과 한국 정부 간 ISDS 사건을 심리해온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30일 보충판정을 내렸다.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의 위법한 개입이 없었다면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국민연금의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개입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쳤고 이로 인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본 것이다.

이번 보충판정은 영국 고등법원이 지난 2월 원판정 일부를 취소하고 사건을 중재판정부로 돌려보내면서 이뤄졌다. 당시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을 한국 정부의 국가기관으로 보고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표를 정부의 행위로 본 원판정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개입 자체는 정부의 조치로 인정하고, 이 개입이 실제로 엘리엇의 손해를 초래했는지를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한국 정부가 당시 취소소송에서 인정받은 부분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행위를 곧바로 정부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중재판정부는 환송 심리에서 정부 개입과 엘리엇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배상책임을 인정한 결론은 2023년 원판정과 같지만 법리는 달라졌다. 원판정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행위를 한국 정부에 귀속했지만, 이번에는 국민연금의 법적 지위와 별개로 청와대와 복지부의 개입 자체가 엘리엇의 손실로 이어졌다고 봤다. 이에 따라 2023년 원판정에서 인정한 구제도 다시 인정됐다.

법무부는 판정 내용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판정을 수용해 배상금을 지급할지, 다시 판정 취소 절차에 나설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husn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