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로 떠나신 어머니…정릉시장 호떡장인은 추억의 그 맛을 오늘도 굽는다 [세상&플러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음식은 추억을 소환하는 대표적인 매개체다.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 가서 처음 맛본 솜사탕, 친구들과 방과 후에 허겁지겁 먹던 떡볶이, 할머니가 여름마다 쪄주셨던 찰옥수수 등 추억 속 음식을 먹는 순간 우리는 순식간에 그 시절, 그 나이로 돌아가곤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옛날 그 맛’을 찾는 여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도 그 맛을 보자마자 추억 속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음식이 있다. 정릉시장 한 자리에서 30년 동안 호떡을 팔고 있는 노포 ‘남기남 호떡’이다. 사실 호떡은 겨울철 대표 간식이다. 추운 겨울날, 뜨거운 호떡을 손에 쥐고 후후 불면서 먹어야 제맛이다. 당연히 더운 여름에는 찾는 사람이 적다. 남기남 호떡집 황기남 사장(56)은 “더워지는 6월부터는 하루 30개 정도 분량만 준비를 해요”라며 “그래도 가끔씩 찾아주시는 손님들 때문에 여름에도 호떡을 안 할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실제 30도까지 오른 지난 12일에 찾은
2025.06.15 07:00영정사진은 텅 비어 있었다…마지막길 울음소리 조차 없었다 [세상&플러스]
[헤럴드경제=경예은·박병국 기자] “이제는 편히 지내시라.” 지난 4월 유모(56)씨와 신모(74)씨가 각각 자택과 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졌다. 이들의 가족들은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무연고 사망자. 유씨와 신씨 생애에 마지막 덧대진 행정기록이다. 유씨와 신씨는 살아생전 한번도 서로를 보지 못했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함께했다. 숨진 후 차가운 안치실에 놓인지 두달 만이다. 지난 12일 오전 9시30분 찾은 경기도 고양시의 서울시립승화원 2층 ‘그리다’ 빈소에서 이들의 합동장례식이 열렸다. 문상객도 없고 죽음을 슬퍼하는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빈소내 영정 액자도 텅비어있다. 누구도 고인의 생전 사진을 건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지기자를 비롯 장의업체 직원과 서울시의 장례 위탁을 받은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관계자, 자원봉사자 등이 전부다. 고인이 어떤 생애를 살았는지는지는 빈소에 선 누구도 알지 못했다. 두 사람의 생애는 생몰년도로만 기억됐다. 이수연 나눔과나눔 실장이 고인에 대한
2025.06.14 07:00“다음 생에서도 사랑한다, 내새끼” 싱글맘의 비극, 1분에 10만원씩 빚이 늘었다 [세상&플러스]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지급일 2024년 9월 6일 상환일 2024년 9월 12일 오후 1시. 대출금액 90만원.’ 차용증 한장이 1000만원짜리 협박장이 됐다. 지난해 9월 여섯 살 딸을 둔 30대 싱글맘은 그렇게 무너졌다. 불법 사채업자의 협박에 시달리던 30대 싱글맘 심모(37) 씨는 지난해 9월 지방의 한 펜션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유서에 ‘다음 생에서도 사랑한다. 사랑한다. 내 새끼. 사랑한다’라고 적었다. 남겨둔 딸을 향한 애틋한 사랑이 묻어나 더 비극적이었다. 그리고, 사채업자에게 빌린 금액도 빼곡히 담겨있었다. 처음 빌린 금액은 수십만원.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1000만원 넘는 무거운 빚으로 불어났다. 연체하면 1분마다 10만원이 추가된다는 조건. 연이율로 따지면 5000%가 넘는 고리대금이었다. 심씨는 돈을 갚지 못했고 사채업자들은 드러내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세상을 충격에 빠뜨린 ‘30대 싱글맘 불법추심 사건’의 1심 선고공판이 오
2025.06.06 07:00“원더풀!” 인사동 외국 관광객은 탄성을 외쳤다…그는 그림을 숨쉬게 한다 [세상&플러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인사동에 표구사가 지금 한 40군데 남았어요. 여기 있는 표구사들은 실력 면에서는 국내 최고라고 보면 돼요”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서울의 대표 관광지여서인지 평일 오후에 방문했음에도 외국인 관광객과 상인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많은 상점이 밀집한 큰 도로를 벗어나 조용한 샛길로 들어서자 하나 둘 표구사 간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고 가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몇몇 외국인들은 표구사가 내놓은 그림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 인사동에서 40년 넘게 표구 일을 해온 이기호 상원당 대표(63)는 “제가 작업을 하고 있으면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와서 조용히 지켜보다가 ‘원더풀’이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직접 사가는 경우도 있죠”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981년 고향인 전라도를 떠나 19살의 나이에 인사동에 왔다. 순전히 표구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제가 진도 사람인데 진도에는 화가나 서예가가 참 많았어요. 유배 온 양반들이 많아서 그런 거 같아요. 당시
2025.06.01 07:00단독 [단독] 코인으로 바꿔간 5700만원…그들은 졸지에 전과자가 됐다 [세상&플러스]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지난해 4월, 서울 명동의 한 가상화폐 환전소. 현금을 코인으로 환전하겠다는 손님이 연락했을 때 직원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아닌지 의심했다. 수천만원을 환전하면서 본인이 직접 오지않고 부하직원을 보냈기 때문이다. 돈의 끝자리도 ‘00원’ 이렇게 딱 맞게 떨어지지 않았다. 직원들은 의심 하면서도 4회에 걸쳐 현금 약 5700만원을 코인으로 바꿔줬다. 결과는 중대했다. 손님으로 가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피해금액을 가상화폐로 세탁해 해외로 빼돌린 게 맞았기 때문이다. 형사 재판에 넘겨진 직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무죄를 주장했다.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며 “우리도 속았다”고 호소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의 결과는 어땠을까.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 강민호)에서 지난 27일 오전 11시부터 밤11시까지 검사와 변호인이 벌인 치열한 공방을 정리했다. 직원들은 모두 친인척 관계였다. 이모·이모부와 조카가 함께 근무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조카 A씨가
2025.05.31 07:00‘고발사주’ 무죄확정 손준성 탄핵도 기각?…판결문의 반전 [박지영의 법치락뒤치락]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을 둘러싼 ‘고발사주’ 의혹 관련 재판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관련 형사재판은 무죄가 확정됐고 탄핵 심판 변론 또한 지난 20일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남았습니다. 손 검사장 측은 ‘무죄’가 됐기 때문에 탄핵 소추는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손 검사장을 탄핵한 국회 측은 무죄가 곧 징계 면제는 아니라며 탄핵이 인용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양측의 근거는 동일합니다. 손 검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전부 무죄’ 선고를 내린 2심 판결문입니다. 똑같은 ‘무죄 판결문’을 둘러싸고 펼치는 정반대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고발 사주 의혹은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손 검사장이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당시 여권 인사와 기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입니다. 한창 논란이던 검·언 유착 의
2025.05.25 07:00“첫 악기는 무덤에 묻혔다” 킴(KIM)의 바이올린, 유럽 거장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플러스]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없다. 그 흔한 절대음감도 아니다. 음정을 맞추려면 튜너가 필수다. 전공도 악기와는 관계가 없다. 쏟아붇는 정성이 전부지만, 우리나라에서 현악기를 제일 잘 만든다고 자부한다. 세계 4대 악기제작 콩쿨에서 줄줄이 입상한 실력자다. 그가 제작하는 바이올린 한대의 가격은 3700만원이 넘어간다. 현악기 제작자 김민성(55) 씨 이야기다. 서울 서초구 악기거리 한귀퉁이 조그만 건물 2층이 그의 일터다. 재료실과 작업실, 응접실로 구성된 30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다. 최근 공방을 찾아 김 씨를 만났다. 재료실로 기자를 안내한다. 오래된 나무냄새가 가득하다. 한쪽 벽면에 숫자가 써 있는 나무판이 빼곡하다. 1955, 2005, 2009…. 숫자는 나무판이 만들어진 연도다. 오래될수록 소리는 깊어진다. 악기 앞판은 이탈리아 북부에서 온 전나무를 쓴다. 뒷판과 나머지 부품은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서 온 단풍나무로 만든다. 국내산 나무는 현악기 제작에
2025.05.25 07:00전화 너머 생면부지 50대 가장의 통곡…중년 남성 외로움에 사무친다[세상&플러스]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 통화가 연결됐지만 침묵이 한동안 계속됐다. 울먹임이 이어지고, 울음소리는 곧 통곡으로 바뀌었다. “선생님, 더 우세요. 저희가 기다리겠습니다.” 상담사의 말에 울음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한다. 헤드셋 너머로 들리는 중년 남성의 굵직한 목소리. “제가 주책이네요. 너무 외로워서 전화를 했습니다. 괴로운데 말할 곳이 없네요. 30년 가까이 일했던 직장인데, 명예퇴직을 당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님이 많이 생각 나네요. 너무 무기력합니다.” 서울시가 지난달부터 운영을 시작한 ‘외로움안녕 120’ 센터에 접수된 50대 남성의 사례중 하나다. 대한민국 중장년이 외롭다.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 남성이 더 많은 만큼, 관계속 고독감을 호소하는 중장년 중에도 남성이 더 많다. 실직을 했거나, 이혼을 했거나 자녀문제로 고민을 겪거나….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 전화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 중에도 중년
2025.05.24 07:00[단독] 눈만 찢었진 이재명 벽보…처벌 생각보다 약했다고? [세상&플러스]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이번 제21대 대통령선거에도 어김없었다. 전국 각지에서 선거벽보를 훼손한 사범들이 검거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벽보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최근 이재명 후보의 선거벽보 눈만을 찢는 범죄가 드러나기도 했다. 과연 실제 처벌 수위는 어떨까.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 때 처벌받은 이들을 분석했다. 대한민국 법원이 인터넷에 공개한 최근 2년치 판례를 모두 찾아봤다. 분석 결과, 이 기간 처벌된 9명 모두 벌금형 선고에 그쳤다. 가장 무거운 처벌이 이뤄졌을 때도 벌금 330만원이었다. 선고유예를 받아 사실상 처벌을 피한 사례도 있었다. 9명의 선거사범은 선거벽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훼손했다. 가위로 자르거나, 사인펜으로 후보의 앞니를 까맣에 칠하거나, 외벽봐 벽보를 연결한 끈을 자른 뒤 벽보를 말아뒀다. 그런가하면 낙서를 하거나, 면도칼로 20cm 정도를 그어버렸다. 범행 계기도 다양했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2025.05.23 21:54월급 30만원씩 올려준다…마을버스 구원병 자치구가 나섰다 [벼랑끝 마을버스⑤]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서울 성동구와 금천구에 이어 관악구도 마을버스 운전자에게 월 30만원씩을 지원하기로 했다. 마을버스 운영사들이 인력난을 겪으면서 배차간격이 넓어지는 등의 불편이 구민들에게 돌아오면서다. 19일 관악구에 따르면 관악구는 지난달 ‘서울특별시 관악구 마을버스 재정지원 및 운수종사자 처우개선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시행중이다. 관악구는 7월부터 관내 마을버스 운전자들에게 5~6월분을 소급해 적용할 예정이다. 관악구가 마을버스 재정지원에 나선것은 마을버스 운영업체가 겪는 인력난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마을버스 운수종사자(운전기사) 수는 3007명으로 적정인원 3517명에 한참을 못미친다. 지난해 2918명보다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운전기사 수가 줄다보니, 마을버스 운행률도 줄었다. 지난 3월 기준 마을버스 운행률은 2019년 말에 비해 24% 줄었다. 운행률이 줄다보니, 코로나 19이후 악화된 재정은 회복이 더디다. 서울시로부터
2025.05.19 07:00